‘고의 패배’ 中, 착한 이미지 쇄신작업

입력 2012.08.03 (16:09)

런던올림픽을 강타한 배드민턴 '고의 져주기' 파동의 주인공인 중국이 순순히 실격 처리를 수용하고 공식 사과한 이유는 뭘까.

배드민턴뿐 아니라 이번 대회에서는 중국이 결과에 승복하고 올림픽 정신을 강조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여러 번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AFP 통신은 3일 중국이 그동안 체육계에 쌓인 나쁜 기억을 지우고 '착한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한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중국 스포츠의 달라진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사례가 바로 배드민턴 승부조작 사건이다.

이 사건은 여자복식 세계랭킹 1위인 왕샤오리-위양(중국) 조가 준결승에서 자국 복식조를 만나지 않으려고 한 수 아래인 정경은-김하나(한국) 조에 일부러 점수를 내주며 패한 경기를 가리킨다.

관중의 분노와 외신들의 비난이 잇따랐는데도 경기 직후 중국의 반응은 '예상대로' 뜨뜻미지근했다.

위양은 당시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미 8강에 진출했는데 무엇 때문에 (경기에 이기려고) 힘을 낭비해야 하는가"라며 당당히 반문했다.

그러나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곧바로 징계절차에 착수하고 국제 스포츠계에서 더는 넘어갈 수 없다는 강경한 기류가 형성되자 곧바로 입장을 선회했다.

중국 올림픽 선수단의 샤오티엔 부단장은 "올림픽 정신을 지켜야 한다"며 BWF의 실격처리를 순순히 받아들인 뒤 "우리는 스포츠정신에 반하는 어떠한 행동에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평소 미디어에 입을 잘 열지 않는 리용보 중국 배드민턴 감독도 잇따라 회견을 열어 "감독으로서 중국 배드민턴 서포터와 중국 내 시청자들에게 사과를 드린다"며 "모든 것이 다 내 잘못"이라고 공개 사죄했다.

심지어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조차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며 강한 어조로 자국 선수들을 비난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열린 사이클 여자 단체 스프린트에서는 중국 선수인 가오슝과 공진제가 1위로 골인했다가 판정 번복으로 은메달을 받았는데도 별다른 항의 없이 웃으며 시상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중국 스포츠의 이미지 개선 노력은 세계 체육계와 언론이 올림픽 '깜짝 스타' 예스원(수영)의 약물복용을 의심하면서부터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온라인매체 텐센트의 노먼 리 기자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올림픽에서 예스원 등의 도핑 의혹으로 논란이 일자 중국 올림픽위원회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과거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안방에서 열린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만 해도 금메달 개수에 주로 관심을 보이던 홈팬들이 이제는 스포츠맨십과 국제 위상을 중시하는 성숙한 태도로 돌아섰다는 점도 중국 체육 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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