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73) 감독 체제의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 첫 승리를 거둔 29일 목동 넥센전의 하이라이트는 5회말이었다.
3-2로 앞선 상황에서 선발 송은범에 이어 마운드를 물려받은 한화 투수 안영명은 볼넷과 안타, 몸에 맞는 공을 연달아 허용해 1사 만루에 몰린 상황에서 홈런왕 박병호와 대결했다.
안영명은 슬라이더와 포크볼, 커브 등 변화구만을 연달아 던져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고 위기에서 탈출했다.
이후로도 경기는 팽팽한 시소게임으로 진행됐지만, 자칫 경기 흐름이 완전히 상대에 넘어갈 수도 있던 절체절명의 상황을 막아냄으로써 한화는 '지키는 야구'를 펼쳐 시즌 첫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31일 비로 취소된 두산과의 대전 경기를 앞두고 이틀 전의 그 상황을 떠올리며 "안영명에게 신윤호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밝혔다.
신윤호는 LG와 SK 시절 김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투수다.
오랫동안 활약하지는 못했지만, 김 감독이 LG 감독대행을 맡던 2001년 다승 1위(15승 6패)·구원 1위(18세이브·32세이브 포인트)·승률 1위(0.714)를 차지하고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휩쓸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김 감독은 "어느 날인가 계단에 앉아 신윤호에게 '너는 슬라이더가 좋으니 그것을 위주로 던지고, 직구 제구가 흔들리는 것은 신경 쓰지 말라'고 이야기해줬다"고 오랜 옛날을 회상했다.
좋은 변화구를 위주로 승부하다 보면, 오히려 직구 제구가 오락가락하는 것도 타자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무기'가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김 감독이 신윤호에게 전성기를 안긴 비법이, 박병호에게 변화구를 던져 삼진으로 잡아낸 안영명에게도 적용된 것이다.
김 감독은 "안영명은 좋은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구나 싶었다"면서 "슬라이더를 중심으로 자신감이 생기면 직구에도 제구력이 붙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아울러 개막 2연전을 치르며 안영명 외의 다른 투수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감'을 잡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SK 시절 정우람, 이승호, 가득염 등 투수들을 '벌떼 군단'으로 활용한 기억을 떠올리며 "안영명, 박정진 등에 대해 '얘는 이렇게 쓰면 되고 이렇게 쓰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권혁은 처음 계획보다 2∼3회 앞에서 던지는 게 낫겠더라"면서 "원래 박정진이 던지는 자리인데, 권혁을 그 자리로 끌어당기고 박정진을 뒤에 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의 붙박이 마무리로 자리 잡은 윤규진에 대해서는 "캠프에서는 공이 많이 왔다갔다했는데, 두 경기를 지켜보니 컨트롤이 좋더라"면서 "침착하게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있고, 구위가 좋은 데다 포크볼이라는 무기를 갖췄다"고 합격점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