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겐 더 힘든 ‘산재 인정’…관련 통계조차 부실

입력 2020.12.01 (21:30) 수정 2020.12.0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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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많은 장애인 노동자들이 산재에 더 취약한 환경에서 일하는데 실제로 사고가 나도 산재인정을 받는 게 쉽지 않다고 합니다.

피해를 당한 사람이 일일이 입증을 해야 하는데, 장애인들에겐 더 힘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송락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적장애인 원 모 씨는 지난 2016년 두 팔을 잃었습니다.

목욕탕 인테리어 공사를 하던 중 변전실에 들어갔다가 감전사고를 당해 양팔을 절단해야만 했습니다.

원 씨는 '업무상 재해'를 입었다며 산재 승인을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담당 업무와 무관하다며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청소 업무를 한 건 맞지만 위험한 전압기를 만진 건 업무와 무관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사고 조사 과정에서 평소에도 원 씨가 목욕탕 사장의 지시로 변전실이 있는 지하 2층에서 청소한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게다가 사고 당일에는 변전실 출입문이 열려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도급업체 현장 책임자/음성변조 : "사고 당일 열쇠가 꽂혀 있는 상태였거든 그게. 작업자들이 잠시 작업한다고 문을 열고 작업하는 상황이었는데 내려가서 그 안으로 들어갔나 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산재를 재심사하는 위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권동희/공인노무사/산재 재심사위원 : "사업주가 처음부터 일관된 진술을 한 게 아니고, 어쨌든 조금의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신빙성에 의심을 두고 재해자의 진술을 봤어야 했는데 (근로복지공단에서) 그런 판단을 안했던 것이죠."]

주로 계약직으로 일을 하는 장애인들은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산재 신청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청을 하더라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산재로 인정받는 경우가 드뭅니다.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 : "(산재를) 심의하는 기관에서 장애 유형별 특성을 알 수 있는 장애인 인권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결정해야 장애인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하다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이 생긴 장애인 노동자는 2018년 기준 천 사백여 명.

이중 400여 명만 산재로 승인됐는데, 이마저도 사업주가 응답한 내용이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조사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실태 파악을 위한 제대로 된 통계 자체가 없는 겁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장애인을 따로 관리하고 있지는 않거든요. 저희가 근로자를 다 똑같이 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 21대 국회 들어 장애인 산재 실태 파악과 예방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기는 했지만,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락규입니다.

촬영기자:최원석/그래픽: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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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에겐 더 힘든 ‘산재 인정’…관련 통계조차 부실
    • 입력 2020-12-01 21:30:55
    • 수정2020-12-02 14:51:36
    뉴스 9
[앵커]

이렇게 많은 장애인 노동자들이 산재에 더 취약한 환경에서 일하는데 실제로 사고가 나도 산재인정을 받는 게 쉽지 않다고 합니다.

피해를 당한 사람이 일일이 입증을 해야 하는데, 장애인들에겐 더 힘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송락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적장애인 원 모 씨는 지난 2016년 두 팔을 잃었습니다.

목욕탕 인테리어 공사를 하던 중 변전실에 들어갔다가 감전사고를 당해 양팔을 절단해야만 했습니다.

원 씨는 '업무상 재해'를 입었다며 산재 승인을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담당 업무와 무관하다며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청소 업무를 한 건 맞지만 위험한 전압기를 만진 건 업무와 무관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사고 조사 과정에서 평소에도 원 씨가 목욕탕 사장의 지시로 변전실이 있는 지하 2층에서 청소한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게다가 사고 당일에는 변전실 출입문이 열려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도급업체 현장 책임자/음성변조 : "사고 당일 열쇠가 꽂혀 있는 상태였거든 그게. 작업자들이 잠시 작업한다고 문을 열고 작업하는 상황이었는데 내려가서 그 안으로 들어갔나 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산재를 재심사하는 위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권동희/공인노무사/산재 재심사위원 : "사업주가 처음부터 일관된 진술을 한 게 아니고, 어쨌든 조금의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신빙성에 의심을 두고 재해자의 진술을 봤어야 했는데 (근로복지공단에서) 그런 판단을 안했던 것이죠."]

주로 계약직으로 일을 하는 장애인들은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산재 신청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청을 하더라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산재로 인정받는 경우가 드뭅니다.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 : "(산재를) 심의하는 기관에서 장애 유형별 특성을 알 수 있는 장애인 인권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결정해야 장애인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하다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이 생긴 장애인 노동자는 2018년 기준 천 사백여 명.

이중 400여 명만 산재로 승인됐는데, 이마저도 사업주가 응답한 내용이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조사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실태 파악을 위한 제대로 된 통계 자체가 없는 겁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장애인을 따로 관리하고 있지는 않거든요. 저희가 근로자를 다 똑같이 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 21대 국회 들어 장애인 산재 실태 파악과 예방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기는 했지만,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락규입니다.

촬영기자:최원석/그래픽: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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