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10-10(10종목에서 10명의 결선진출자 배출)' 목표를 내세운 태극 전사들의 마음도 바빠졌다.
태극 전사들은 비록 세계 최고 수준과 격차는 크지만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키라'는 특명을 받고 구슬땀을 흘려왔다.
대회 개막일인 27일부터 태극 전사들은 비상을 꿈꾼다.
대회 첫날 결승전이 열리는 것은 여자 마라톤과 여자 10,000m 등 두 종목이다.
오전 9시 시작해 이번 대회의 스타트를 끊는 여자 마라톤은 한국 대표팀이 메달을 기대하는 몇 안 되는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따라서 이 경기의 결과가 대표팀 전체 사기를 좌우할 수 있다.
이처럼 막중한 임무를 띠고 결전의 장으로 나서는 대한민국의 여자 건각은 정윤희(28)·최보라(20)·박정숙(31·이상 대구은행), 김성은(22)·이숙정(20·이상 삼성전자)이다.
객관적인 기록을 따지자면 대표 선수 중 가장 기록이 좋은 김성은(2시간29분27초)조차 올 시즌 80위권 밖의 성적이기 때문에 쉽게 메달을 전망할 처지는 못 된다.
그러나 번외 종목으로 가장 성적이 좋은 세 명의 기록을 합산하는 단체전에서는 '깜짝 메달'을 따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외국 선수들보다 코스에 익숙한 것은 유리한 점이다.
그러나 개막일부터 비가 예보돼 있는 등 대구 특유의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홈의 이점'을 확실히 누릴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아쉽다.
사실 메달보다는 '톱10' 진입을 1차 목표로 세운 한국은 여자 마라톤뿐만 아니라 이날 7종목에서 치러지는 예선도 중요하다.
예선 결과에 따라 이번 대회의 성패를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스타트'를 끊는 것이 절실하다.
'10-10'의 희망을 짊어지고 첫날 예선에 나서는 선수는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김유석(29·대구시청)과 여자 멀리뛰기의 정순옥(28·안동시청)이다.
김유석은 2009년 베를린 세계대회에서 결선에 진출할 수 있는 5m55를 날아오르고도 시기 수에서 밀려 예선 탈락의 분루를 삼킨 바 있어 이번만큼은 홈 팬들 앞에서 멋진 비상을 보여주겠노라고 벼르고 있다.
올해 레버쿠젠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5m50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컨디션이 좋아 첫날부터 결선 진출의 낭보를 전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정순옥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면서 희망을 부풀렸으나 고질적인 발목 부상에 시달려 좋은 성적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본인의 최고기록(6m76)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난해 광저우에서 날아오른 6m53만 기록하면 결선 진출을 노릴 수 있다.
중요한 시기에 찾아온 부상이 더욱 아쉬운 이유다.
남자 10종경기에 나서는 '한국의 철인' 김건우(31·문경시청)는 오전 10시 100m 달리기를 시작으로 이날 하루에만 다섯 경기를 소화한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예상을 뒤엎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건우는 한국 선수단 중 가장 이른 15일 선수촌에 들어가 적응력을 끌어올렸다.
세계 최고 수준과의 격차가 큰 만큼 자신의 한국 기록(7천824점)을 넘어 8천점 고지에 오르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남녀 100m에서는 대표 스프린터 김국영(20·안양시청)과 정혜림(24·구미시청)이 자격 예선에 출전한다.
김국영은 올해 400m 계주 훈련에 집중했고 정혜림도 110m 허들이 주종목인 선수라 결선 진출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종목을 앞두고 치르는 첫 실전인 만큼 참담한 성적으로 물러나기보다는 최소한 자격 예선을 통과해 자신감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이 밖에 남자 포환던지기와 남자 해머던지기에 각각 황인성(27·국군체육부대)과 이윤철(29·울산시청)이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