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육상 대부는 ‘아일랜드인 교사’

입력 2011.08.26 (14:52)

수정 2011.08.26 (14:52)

세계 육상 중·장거리의 판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철각들의 고향’ 케냐다.



제1회 대회부터 참가한 케냐는 역대 대회에서 미국(120개)과 러시아(37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31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31개의 금메달은 모두 마라톤과 10,000m, 5,000m, 3,000m 장애물, 800m에서 나왔을 만큼 케냐는 중·장거리 종목에서 특출난 힘을 발휘하는 나라다.



케냐가 중·장거리에 강한 것은 지구력이 뛰어난 근육을 지닌 아프리카인의 유전적 특징과 어린 시절부터 초원을 뛰어다니는 환경 등이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중 유독 케냐가 육상 강국으로 자리잡는 데에는 아일랜드 출신 신부이자 교사인 콤 오코넬(61)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아일랜드 남부 코크에서 태어난 오코넬은 1976년 케냐 이텐의 세인트패트릭 고등학교에 지리 교사로 부임한 이후 세계적인 중·장거리 선수들을 대거 길러내 케냐 육상의 ’대부’로 자리매김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1,500m 금메달리스트인 피터 로노를 시작으로 800m 세계기록을 작성했던 윌슨 킵케터, 바르셀로나 올림픽 3,000m 우승자인 매튜 비리르 등 그의 제자들이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따낸 금메달만 20개가 넘는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800m 우승을 노리는 다비드 레쿠타 루디샤(23)는 세인트패트릭 고등학교 출신이 아니지만 직접 학교 캠프에 찾아와 가르침을 청했다.



흥미로운 것은 오코넬이 육상을 전문적으로 배운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세인트패트릭 고등학교의 영국인 육상 코치의 권유로 함께 육상부를 맡게 된 오코넬은 1년 만에 영국인 코치가 떠나면서 홀로 육상부를 가르치게 됐다.



제대로 된 트랙 하나 없는 척박한 환경에 코치 경험도 짧았지만, 오코넬은 케냐 학생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가르침을 펴 성과를 봤다.



1986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선 케냐 대표팀 10명 중 7명이 세인트패트릭 고등학교 졸업생이었고 그때 은메달을 따낸 피터 로노는 2년 뒤 서울 올림픽에서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이후 세인트패트릭 고등학교는 케냐 중·장거리 스타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오코넬은 1989년 이후 매년 훈련캠프를 여는데 올해도 40명의 남·녀 선수가 참가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오코넬은 자신의 성공 비결로 재능보다는 성품과 가능성을 중시하는 꾸준한 훈련 방식을 꼽고 있다.



선수는 당장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것보다는 운동에 대한 열정을 갖춰야 하고, 코치는 장기적인 계획으로 조금씩 갈고 닦으며 선수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지론이다.



오코넬은 "어린 선수들을 다룰 때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운동을 시작할 때 즐거움 속에 열정을 느낄 수 있도록 천천히 훈련 과정에 적응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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