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MVP 선정..PS 통산 타율 0.414로 역대 2위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4번 타자 박정권(30)이 플레이오프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3방이나 쏘아 올리며 팀을 5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올려놓았다.
박정권은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끝난 롯데 자이언츠와의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0-1로 끌려가던 4회 1사 1루에서 롯데 선발 송승준의 낮은 직구(시속 142㎞)를 퍼올려 우측 스탠드에 꽂히는 역전 결승 투런포를 터뜨렸다.
이어 4-1로 승기를 잡은 6회 무사 1루에서는 다시 크리스 부첵의 시속 143㎞짜리 몸쪽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장쾌한 투런포를 때려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적시에 터진 박정권의 대포 두 방에 롯데의 한국시리즈 꿈도 물거품이 됐다.
플레이오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돌아가는 이번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영예와 상금 300만 원은 당연히 박정권의 몫이었다.
박정권은 두산과 격돌했던 지난 2009년 플레이오프에서도 타율 0.476(21타수10안타)을 기록하며 홈런 3방에 8타점을 올려 당시 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또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0.357(14타수5안타)을 때리고 홈런 1개에 6타점을 거둬들여 MVP에 뽑히는 등 3년 연속 포스트시즌 MVP를 휩쓸며 '가을에 가장 강한 타자'로 입지를 굳혔다.
박정권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21타수8안타(타율 0.381)에 홈런 3개와 6타점을 수확하며 롯데보다 열세로 평가받던 SK 타선을 사실상 홀로 이끌었다.
SK가 7-6으로 역전승을 거둔 1차전에서도 박정권의 홈런이 도화선이 됐다.
박정권은 0-3으로 뒤진 4회 1사 후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벼락같은 솔로포를 터뜨려 잠잠하던 타선에 불을 붙였고 SK는 4회에만 3점을 얻어 경기를 접전으로 몰고 갔다.
올해 시즌 타율 0.252, 홈런 13방에 그쳤고 2004년 데뷔 후 통산 타율이 0.268에 불과한 박정권이 포스트시즌에서 남긴 성적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박정권은 '가을 야구' 통산 99타수 41안타를 때려 타율 0.414로 통산 60타수 이상을 기록한 타자 중에서 타율 0.431(72타수31안타)을 때린 김주찬(롯데)에 이어 역대 2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41개의 안타 중 절반에 가까운 19개가 2루타 이상의 장타(2루타 10개·홈런 9개)로 찬스에서 득점타를 양산하는 '해결사'로 맹활약했음을 알 수 있다.
박정권은 플레이오프에서 통산 6개의 홈런을 날려 이 부분 최다 1위인 이승엽(전 오릭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등 포스트시즌 타자 관련 기록에서 큰 발자취를 남기며 '10월의 사나이'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경기 후 "볼 카운트 0-1에서 계속 똑같은 구종(직구)이 들어와 '하나 더 기다려보자'고 생각했는데 가운데로 몰렸다. 실투였던 것 같다"며 4회 역전 투런포를 날리던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이만수 감독 대행께서 계속 4번 타자로 기용해주시는 데 큰 부담이긴 하다. 팀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역효과가 나기에 편안하게 때리려 노력하고 있다"며 호타의 원동력을 설명했다.
박정권은 "포스트시즌을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경기마다 우리 선수들이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삼성 선수들이 체력을 아끼고 우리를 맞이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분위기를 타서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해 힘을 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포스트시즌을 9경기나 치르느라 체력이 바닥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박정권은 "전혀 피곤하지 않다. 체력이 고갈됐다면 오늘 이기지 못했을 것 같다"며 기(氣)와 체력에서 삼성에 뒤질 게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