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만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맞붙는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의 핵심 선수들은 서로 승리를 자신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진갑용(37)과 최형우(28·이상 삼성), 이호준(35)과 박정권(30·이상 SK)은 24일 대구구장 뒤편 실내체육관 특설무대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전력적으로 자신의 팀이 낫다며 넘치는 자신감을 보였다.
포문을 연 쪽은 ’사자 군단의 맏형’ 진갑용이었다.
진갑용은 "프로야구 개막 미디어데이 때 준우승에서 ’준’ 자 하나 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만반의 준비를 했고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의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것 같다"면서 "그런 점에서 삼성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안배돼 있다는 점에서 SK보다 전력적으로 낫다"며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혈전을 치르고 올라와 체력적으로 힘든 SK의 약점을 지적했다.
이에 SK의 ’주장’인 이호준은 "사실 힘든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힘들고 안 되겠다 싶을 때 더 강해지는 게 SK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더 강한 모습으로 멋진 경기 하겠다"고 맞붙을 놓았다.
올해 포스트 시즌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가을 사나이’ SK 박정권도 설전에 합류했다.
박정권은 "체력적인 부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준플레이프와 플레이오프를 하면서 팀이 조금씩 완성돼 가고 있다"며 "팀 분위기나 상황은 최고조"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게 체력적인 부담은 없을 것 같다. 힘들면 힘들수록 뭉쳐지고 강해지는 팀이 SK"라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보다 좋은 경기력이 나올 것 같다"고 다시 한번 승리를 확신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미칠 것 같은 선수’로 삼성의 진갑용은 "최형우 앞뒤에 있는 타자들의 활약이 한국시리즈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SK 이호준은 "박정권이 이미 미쳐 있고 정근우, 안치용도 미쳐 있다. 박재상과 최정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크레이지 모드’로 갈 것 같다"고 예상했다.
상대 선수 가운데 봉쇄해야 할 선수로는 SK의 정근우와 삼성의 진갑용이 각각 지명됐다.
삼성 진갑용은 "SK는 박정권도 잘 치지만 정근우를 봉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센스도 있고 발도 빨라서 경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SK 이호준은 "삼성 진갑용 포수는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서면 굉장히 말을 많이 한다. 집중력을 떨어뜨리려는 고도의 작전 같은데, 그것만 경계하면 될 것 같다"며 웃으며 말했다.
한편 이날 미디어데이에서는 전주고 선·후배인 SK 박정권과 삼성 최형우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전주고 3년 후배인 삼성 최형우가 ’선배인 SK 박정권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플레이오프에서 최우수선수(MVP)상도 받았고, 받을 건 이미 받았으니까 한국시리즈에서는 조용히 집에 가시도록 보내드리겠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SK 박정권은 "페넌트레이스에서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한 (최)형우가 한국시리즈에서 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우겠다"면서도 "(최)형우가 작년 한국시리즈 생각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했던 후배를 꼬집었다.
이에 최형우는 "과거를 폭로하면 박정권 선배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거다. 하루하루 엉덩이가 멍들지 않으면 제 엉덩이가 아닌 것 같았다"며 무서웠던 선배의 일면을 폭로하면서 미디어데이 행사장은 경기 시작 전부터 벌써 뜨겁게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