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서 2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린 넥센 히어로즈의 가장 큰 답답함 가운데 하나가 '홈런왕' 박병호(28)의 침묵이다.
정규리그에 52차례 타구를 펜스 밖으로 넘긴 박병호는 한국시리즈에서는 1∼5차전을 통틀어 솔로포 1방을 터뜨리는 데 그쳤다. 타율도 0.176(17타수 3안타)로 좋은 편이 아니다.
염경엽 감독은 "필요할 때 한 방만 터뜨리면 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규리그에서 최강의 장타력을 자랑한 넥센은 포스트시즌 들어 침묵한 박병호의 홈런포가 이만저만 답답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올해의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를 한국시리즈 6차전을 앞둔 11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박병호도 "안타깝다"고 자신의 타격 감각이 좋지 않음을 시인했다.
박병호는 "지금 부담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냥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자신의 상태를 설명했다.
"5차전에 점수 차이가 작은 경기에서 아쉬움을 남겨 책임감을 느낀다"거나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생각처럼 안되고 역할을 못하니 아쉬움이 크다"는 박병호의 말 곳곳에서 올가을 침묵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침묵이 길어지고 있지만, 어쩌면 이날 6차전은 박병호가 살아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삼성 선발 윤성환을 상대로 박병호는 정규리그에서 타율 0.833(6타수 5안타)과 2홈런을 기록했다. 앞서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나온 박병호의 유일한 홈런도 윤성환의 공을 쳐서 만든 것이다.
그러나 박병호는 "상대 전적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그는 "상대가 누구든 이겨야 하는 상황이니 중요한 순간이 아니라도 오늘은 (홈런을)날리고 싶다"고 부활의 의지만을 강렬하게 드러냈다.
박병호는 "부진하던 선수들이 활약해야 한다"면서 "한국시리즈 들어 몇 명의 선수만이 팀을 이끌고 있는데, 오늘은 나를 포함해 못하던 선수들이 잘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수들도 내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