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첫 우승도전'이란 원대한 목표를 안고 2014 한국시리즈에 나선 넥센 히어로즈가 실책으로 자멸했다.
넥센은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밀린 상황에서 11일 잠실구장에서 시작한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실책으로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무너졌다.
0-0으로 맞선 3회초 삼성 공격에서 선두타자 이지영이 우익수 앞 빗맞은 안타로 출루했다. 여기까지는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손쓸 수 없는 천재(天災)였다.
하지만 인재(人災)가 겹치면서 재앙 수준으로 변했다.
후속타자 김상수는 희생번트를 시도했고, 1루쪽 파울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으려던 오재영은 2루 쪽을 한 번 바라보다 글러브에 공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몸의 균형이 무너져 버렸다.
포수 박동원의 사인대로 처음부터 1루 송구에 집중했다면 1사 2루가 될 상황이, 무사 1·2루로 돌변했다.
분위기는 삼성 쪽으로 급격하기 기울었다. 삼성은 야마이코 나바로가 성실하게 희생번트 작전을 수행해 1사 2·3루 기회를 잡았다.
안타가 나와야 점수를 얻을 수 있는 1사 2루와 희생 플라이 혹은 뜬공만으로도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1사 2·3루는 투수가 느끼는 부담감의 차이가 컸다.
넥센 선발 오재영은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박한이에게 볼넷을 허용해 1사 만루에 몰렸고, 채태인에게 시속 135㎞짜리 초구 직구를 통타당해 2타점 우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오재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문성현을 마운드에 올려 불을 끄려 했지만, 문성현마저 최형우에게 2타점 우중간 2루타를 얻어맞았다. 넥센의 꿈이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실책이 빌미가 돼 4점을 빼앗긴 넥센은 경기 내내 불안한 수비를 했다.
4회초 유격수 강정호가 이지영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더듬었고, 5회 무사 1루에서는 1루수 박병호가 김상수의 번트 타구를 잡으려다 미끄러지며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5회 박병호의 실책이 나온 후 나바로가 좌월 3점포를 터뜨리며 스코어는 1-7까지 벌어졌다. 넥센이 도저히 추격할 수 없는 격차였다.
한국시리즈 내내 넥센은 실책으로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
1차전을 제외한 2∼6차전에서 총 8개의 실책을 했다. 삼성의 실책은 단 두 개였다.
10일 5차전에서는 1-0으로 앞선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유격수 강정호가 나바로의 평범한 땅볼을 놓쳤고, 2사 1·3루에서 최형우에게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넥센은 6차전에서도 실책으로 승리의 끈을 놓아버렸다. 넥센의 첫 한국시리즈는 이렇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