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군단'의 4번 타자 최형우(31)의 포효가 잠실벌을 뒤흔들자, 향방을 알 수 없을 것 같던 한국시리즈의 우승 트로피는 삼성 라이온즈의 품으로 들어왔다.
최형우는 10∼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6차전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대구구장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1∼4차전에서 17타수 5안타(타율 0.294)로 준수했음에도 타점이 1개밖에 없어 4번 타자의 활약이라고 하기엔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2승 2패로 팽팽히 맞서 한 번의 패배가 시리즈 전체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는 잠실구장 3연전으로 넘어오자, 3년간 한 번도 정상을 놓친 적 없는 삼성의 4번 타자란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초원을 어슬렁거리다가도 먹잇감이 나타나면 날카로운 어금니를 드러내는 사자처럼,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승리로 연결했다.
0-1로 뒤져 패색이 짙던 5차전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까지 몰린 상황에서 모두의 눈을 의심케 만든 2타점 역전 2루타의 주인공이 최형우였다.
최형우가 이날 경기의 승패를 한 번의 뒤집어놓으면서, 시리즈 전체의 흐름까지 삼성으로 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손아귀에 들어온 먹이의 '숨통'을 끊어야 하는 순간도 최형우는 놓치지 않았다.
2-0으로 앞선 6차전의 3회초였다.
채태인의 2타점 적시타로 리드를 잡은 삼성은 조금만 더 달아나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이를 직감한 넥센 벤치도 투수를 선발 오재영에서 문성현으로 교체하며 최형우와의 승부에 총력을 쏟았다.
그러나 최형우는 몸쪽으로 낮게 파고든 시속 141㎞ 직구를 놓치지 않고 우중간을 궤뚫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리고는 더그아웃을 향해 포효했다.
전준호(전 넥센)와 홍성흔(두산)의 기록을 넘어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2루타(15개) 신기록까지 작성한 순간이었다.
신기록이 덤이라면, 팀의 4년 연속 통합 우승이야말로 최형우가 만든 '진짜 기록'이었다.
사실상 이 타격으로 삼성은 6차전 승리와 한국시리즈 4연패의 8부 능선을 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