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의 한 시대를 풍미한 용병 거포 타이론 우즈(전 두산)의 '전설'이 13년 만에 삼성의 용병 1번 타자 자리에서 부활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신개념 1번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27·도미니카공화국)가 주인공이다.
나바로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4-1로 앞선 6회 무사 1, 2루에서 넥센 조상우의 시속 144㎞ 낮은 직구를 퍼올려 좌중간 스탠드 중단에 꽂히는 비거리 125m짜리 대형 3점포를 터뜨렸다.
초반에 잡은 승기에 완전히 쐐기를 박은 한 방이자, 3승 2패로 앞서던 삼성에 역대 최초 통합 4연패의 감격을 안긴 대포였다.
이날 홈런으로, 나바로는 한국시리즈 역사의 한 페이지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6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터뜨려 2001년 두산의 우즈가 세운 한국시리즈 최다 홈런(4개) 기록과 타이를 이룬 것이다.
13년 전 우즈가 1·3·4차전에 이어 6차전의 역전 투런포로 팀을 정상에 이끌고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듯이, 나바로는 1·2·4차전에서 한 개씩의 아치를 그린 뒤 마지막 6차전에서 쐐기 3점 홈런으로 MVP 타이틀을 차지했다.
타자들의 공격이 그리 활발하지 못하던 이번 시리즈 내내 나바로는 폭발적인 타격으로 삼성 타선을 이끌었다.
아쉬운 패배로 시작한 1차전에서 0-2로 뒤진 3회 동점 2점포로 '사자 타선'의 자존심을 지켰고, 2차전에서는 쐐기 투런포를 날려 팀에 승리를 안겼다.
팀이 완패한 4차전에서도 상대 선발 앤디 밴헤켄을 상대로 솔로포를 터뜨려 첫 득점을 따냈다.
그리고, 우승 트로피가 걸린 이날 6차전에서 4번째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5타점을 올리며 아예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시리즈 내내 지킨 1번 타순에서도 보이듯, 나바로는 삼성의 톱타자다.
그러나 "4번 타자 같은 1번 타자"라는 류중일 삼성 감독의 말대로 리드오프로서의 덕목에 장타력까지 갖춘 '신개념 1번 타자'다.
그는 정규리그에서도 홈런 31개(5위)와 98타점(9위)을 기록해 공격 첨병이자 해결사의 역할을 병행했다.
2루수 가운데 1999년 홍현우(해태·34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30홈런을 넘겼고, 6월에는 두 경기에 걸쳐 프로야구 역대 최다 타이인 4연타석 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못 하는 것 없는 팔방미인인 나바로는 아예 한국시리즈에서는 거포 본능을 마음껏 뽐내며 전설적인 4번 타자인 타이론 우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타 구단이 데려온 거포 용병들보다 보잘것없는 경력으로 그리 주목받지 못하다가 최고의 용병으로 입지를 굳힌 나바로는 '코리언 드림'이란 말에 잘 들어맞는 선수이기도 하다.
4형제 중 첫째로,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며 틈만 나면 "가족을 위해 꼭 성공해야 한다"고 되뇌이던 나바로는 정규리그에 이어 가을 무대까지 정복하며 행복한 한 해를 누렸다.
나바로 덕택에, 삼성 팬들도 또 한 시즌을 행복한 미소와 함께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