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51)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진정한 승자는, 승리에서도 배운다. 류 감독은 매년 시즌을 시작하며 "이대로는 어렵다"는 경계심을 가슴에 품었다.
선수들에게는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하면 올해도 우승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서는 늘 "변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2011년 삼성 사령탑으로 부임한 류 감독은 '형님 리더십'을 선보였다.
선수들과 격의 없이 대화했고, 몸을 낮춰 코칭스태프의 의견에 귀 기울였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감독님이 나를 이렇게 믿어주신다. 믿음에 보답하려면 우승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2012년, 류 감독의 리더십은 색을 바꿨다. 그리고 스스로 '외로움의 길'로 걸어 들어갔다.
2011년 삼성을 뭉치게 했던 '형님 리더십'은 2012년 다른 모양새를 갖췄다.
시즌 시작 전 류 감독은 팀 내 최고참 진갑용과 투수 조장 정현욱, 베테랑 이승엽을 따로 불러 식사를 했고 "이제 너희가 나서줘야 하지 않나"라고 더그아웃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을 주문했다.
코치들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류 감독은 "야구는 선수들이 하지만 선수를 만드는 것은 코치다"라며 "선수들은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기량을 더 끌어올려라. 코치들이 하지 못하면 내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즌 중 류 감독은 선수와 사담을 줄였다. 때론 코치를 통해 선수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농담을 즐기는 '평화주의자' 류 감독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선수들과 멀어지면서 류 감독은 진짜 사령탑의 모습을 갖춰갔다. 류 감독의 지시에 코치와 선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2013년 한국시리즈를 앞둔 미팅. 류중일 감독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다들 즐기고 오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묵직함이 있었다. 시리즈에서 1승 3패로 밀렸을 때도 류 감독은 흔들림이 없었고, 선수들은 그를 따랐다.
'친근함'이 아닌 '믿음'이었다. 외로움을 감수한 류 감독은 권위와 신뢰를 구축했다.
2014년 '류중일 시대 2기'가 열렸다. 류 감독은 2013년 시즌 종료 후 3년간 총 21억의 역대 최고 수준으로 재계약했다.
'2기'를 맞은 류 감독은 형님에서 어머니로 '성장'했다.
류 감독은 "그동안 형님 리더십을 펼치는 덕장으로 불렸으나 앞으로 3년은 '지장'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며 "더 많이 보고 공부하겠다. 지난 3년과는 다른 '류중일의 삼성'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리고 선수들의 어머니가 되고자 했다.
류 감독은 "어머니는 자식들이 가장 무서워하면서도 어려움에 빠졌을 때 본능적으로 찾는 사람"이라며 "앞으로 때론 편하고 때로는 엄한 어머니 리더십을 추구하겠다"고 설명했다.
6월 24일 넥센전을 앞둔 대구구장.
류 감독은 투수와 야수진을 모아 놓고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수비 시프트'를 훈련했다.
선수 한가운데에서 목소리를 높였고 선수들의 송구, 주루 동작 등을 직접 가르쳤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다양한 작전을 펼치는 넥센 히어로즈를 대비한 훈련이었다.
'어머니' 류 감독이 직접 나서 자식과 같은 선수들에게 '먹이 잡는 법'을 가르쳤다. 훈련을 직접 지시하고자 류 감독은 넥센의 영상자료를 수차례 돌려보며 고민했다.
팀이 주춤할 때마다 류 감독이 직접 움직였다. 삼성은 이제 류 감독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