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가 1승씩 주고받으며 팽팽히 맞선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 흥미로운 볼거리가 바로 이만수 SK 감독 대행의 파격적인 몸짓이다.
지난 8월18일 갑작스럽게 경질된 김성근 전 감독의 뒤를 이어 SK 지휘봉을 잡은 이 대행은 이미 정규리그부터 점수를 내거나 위기를 넘겼을 때 선수보다 더 환호하는 몸짓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리고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포스트시즌에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화끈한 세리머니를 펼쳐 팬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한시도 자리에 앉아 있지 않은 이 대행은 선수들을 격려할 때 손뼉을 치는 것으로는 모자라 오른 주먹을 좌우로 흔들고 괴성을 지르며 기쁨을 나타낸다.
한 선수에게는 홈런을 때리면 아예 두 주먹을 번쩍 들고 열렬히 환호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특히 판정에 조금이라도 모호한 구석이 생기면 비호처럼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가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심판에게 가서 항의하는 새로운 제스처까지 가미했다.
이 대행은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6회 투수 박희수가 보크 판정을 받자 득달같이 문승훈 1루심에게 다가가 어필했다.
17일 2차전에서도 6회 롯데 전준우의 타구가 홈런 판정을 받자 이민호 좌선심과 문승훈 2루심에게 뛰어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기도 했다.
마치 심판과 한 판 붙을 기세로 달려가지만 이 대행은 몸싸움·말싸움은커녕 심판의 설명을 자세히 듣고 큰 저항 없이 벤치로 돌아오는 편이다.
의자에 앉아 근엄하게 경기를 지켜보거나 심판에게 항의할 때도 점잖게 걸어나오는 다른 감독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이 대행은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감독 대행을 맡은 지 딱 두 달째인데 날마다 하던 개인 훈련을 하지 못해 살이 쪘다"면서 "그러다 보니 심판에게 달려나갈 때 허벅지 근육통이 올라올까 걱정된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화끈한 액션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면서도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도 보고 다 웃게 돼 있다. 여러 의미가 있다"고 여운을 남겨 벤치 분위기를 조화롭게 이끄는 한 방편임을 암시했다.
굳이 심판에게 뛰어가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번 내려진 판정은 번복이 안 된다는 점을 잘 안다. 다만 가볍게 어필한 뒤 빨리 더그아웃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시간 절약의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행은 현역 시절 홈런을 때리고 베이스를 돌 때 과도한 세리머니를 펼쳐 상대팀 투수진을 자극하면서 때로는 위협구를 자초하기도 했다.
그러나 팬들은 그런 이 대행의 몸짓을 애정을 담아 지켜봤고 ’헐크’라는 애칭을 지어줬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9년간 코치로 몸담으면서 빅리그 감독들의 액션을 가까이에서 봤던 이 대행은 지도자로 변신해서도 색다른 볼거리로 야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로 작정한 듯했다.
이 대행은 "감독이 벤치에 너무 점잖게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쇼맨십’도 경기 운영 능력 못지않게 감독이 지녀야 할 중요한 자질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