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양승호 감독은 시즌 내내 "타자들이 7점은 내줘야 안심이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선발투수가 내려간 뒤 경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불펜진이 ’방화’로 승리를 허무하게 날려버린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양 감독의 불안은 SK 와이번스와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현실이 됐다.
롯데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6-7로 패했다.
5회까지 4-3으로 앞서고 있었지만 불펜이 역전을 허용하며 힘든 경기를 치르더니 연장 10회초 SK 정상호에게 결승 솔로 홈런을 내줘 분루를 삼켜야 했다.
롯데는 5이닝을 던진 선발 장원준 이후 임경완(6회), 고원준(6회), 이재곤(7회), 강영식(8회), 부첵(8회)이 이어 던졌지만 누구 하나 확실하게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6회초 무사 2루에 마운드에 오른 임경완은 세 타자를 상대하면서 안타 2개를 내주고 동점을 허용했다.
고원준은 6회초 1사 1, 2루의 위기는 잘 넘겼지만 7회초 1사 1루에서 SK의 해결사 안치용에게 역전 2점 홈런을 허용했다.
고원준에 이어 등판한 이재곤 역시 4타자를 상대해 안타를 2개나 얻어맞았다.
여섯 번째 투수로 나온 크리스 부첵은 연장 10회초 SK 정상호에게 결승 솔로 홈런을 맞고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다.
SK가 선발 김광현에 이어 이영욱(4회)-박희수(6회)-정대현(7회)-엄정욱(8회)-정우람(9회) 등의 막강 불펜을 가동해 롯데의 추격을 2점으로 막고 역전승의 발판을 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번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SK가 투수 12명을 포함시켰지만 롯데는 11명만 올렸다.
"선발 투수들이 최소 5이닝을 든든하게 던져주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투수가 필요없다"는 게 양승호 감독의 설명이다.
롯데가 투수 엔트리를 더 늘리지 않은 것은 이러한 선발에 대한 믿음 이외에도 고원준과 부첵이 롱릴리프로 활약하며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해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장의 불펜 카드였던 고원준과 부첵은 결정적인 순간에서 홈런포를 허용하는 등 살얼음판 투구를 하며 불펜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양 감독으로서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셈이다.
롯데는 정규시즌 중에는 선발 위주의 야구를 펼쳤다.
하지만 투수진이 총동원되는 단기전에서는 선발보다는 불펜 싸움에서 승부가 갈리는 게 다반사다.
롯데의 플레이오프 운명은 불펜진이 남은 경기에서 얼마나 믿음을 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