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교체 타이밍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두 박자 정도 빠르게 투수를 교체한 삼성 라이온즈가 회심의 미소를 지은 반면 SK 와이번스는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친 탓에 울어야 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의 선발 더그 매티스는 4이닝 동안 산발 4안타만 허용하고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1이닝만 더 던지면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었지만 삼성은 5회 미련 없이 차우찬을 마운드에 세웠다.
차우찬은 첫 타자 정상호를 2루수 뜬공으로 잡은 뒤 정근우와 박재상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주가량 느긋하게 쉬면서 지친 체력을 회복하고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차우찬의 공은 힘이 있었다.
최고 시속 149㎞를 찍은 싱싱한 직구에 SK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차우찬이 6회와 7회 연속으로 SK 타선을 삼자 범퇴로 틀어막은 뒤 필승조 안지만-권혁-오승환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순간 경기는 이미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반면 SK는 선발 고효준에게 집착하다가 경기를 그르치고 말았다.
SK 선발 고효준은 4회 1사 후 최형우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하더니 다음 타자 강봉규에겐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갑자기 흔들리긴 했지만 3회까지 잘 던지던 고효준이었고 다음 타자가 왼손 타자인 채태인이었기에 마운드에서 내리기에는 일러 보였다.
고효준 역시 채태인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SK 벤치를 안심시켰다.
다음 타자는 신명철. SK는 신명철 정도는 막아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해서인지 고효준에게 승부를 맡겼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고효준은 신명철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결승점을 내주고 했다.
SK는 곧바로 고효준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브라이언 고든을 내세웠지만 이미 경기 흐름은 삼성으로 넘어간 뒤였다.
이만수 SK 감독대행도 "신명철 타석에서 고효준을 고든으로 교체하려다 조금 이르지 않나 싶어 미룬 게 패인"이라고 짚었다.
여기에다 1, 2차전에서 중용하려던 '고든 카드'를 별 효과도 보지 못하고 써버린 게 게 SK로서는 뼈아프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투수진 소모가 심했던 SK로서는 선발 투수가 최대한 오래 버텨주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만수 대행의 이 같은 복안은 선발 투수가 안정적으로 호투하며 제 몫을 해줄 때 가능한 상황이다.
선발이 동요되는 것을 뻔히 보고도 1차전 이후의 투수진 운용을 고민하느라 교체 타이밍을 늦게 가져간다면 최고 불펜을 보유한 삼성과의 대결에서는 승산이 없다.
SK가 1차전 패착을 교훈 삼아 2차전에서는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때와 같은 적절한 투수 교체 타이밍으로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