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변수가 상존하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날씨라는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타자들의 몸이 얼어붙어 변화구를 주로 던지는 투수보다는 강속구 투수가 득세할 공산이 커졌다.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 선수들은 체온 유지를 위해 목도리를 두르고 경기에 나섰다.
더그아웃에서는 난로가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삼성 신명철의 2타점 2루타 한 방으로 끝난 이날 경기에서 양팀 타자들은 나란히 안타 5개씩을 때리는 데 머물렀다.
지난 6일 정규리그가 끝난 뒤 18일간 휴식을 취했던 삼성 타자들은 실전 감각이 떨어져 애로를 겪은 반면 SK 타자들은 힘이 넘치는 삼성 투수들의 공을 제대로 때려내지 못했다.
결국 상대 타선의 예봉을 꺾으려면 변화구보다는 강속구가 효과적이라는 계산이 서면서 양팀의 투수들도 직구 구사 비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1차전에서 구원 등판해 3이닝 동안 완벽한 내용으로 승리를 안은 삼성의 왼손 투수 차우찬은 36개의 공 중 23개를 직구로 채웠다.
최고시속은 149㎞가 찍혔고 제대로 쉰 덕분에 볼 끝의 움직임은 나무랄 데 없이 좋았다.
8회 구원 등판한 '끝판대장' 오승환(삼성)도 '돌 직구'로 삼진을 2개나 뽑아내며 2-0 승리를 지켰다.
볼이 이미 포수 미트에 빨려 들어가는 상황에서 SK 타자들이 뒤늦게 스윙하는 모습이 여러 번 TV 중계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삼성 투수들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미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9경기를 치르면서 체력을 많이 소진한 SK 타자들은 삼성 투수들의 공을 따라잡지 못해 삼진을 12개나 헌납했다.
직구가 힘을 발휘하는 경향은 기온이 더 떨어지는 26일 저녁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한국시리즈 1~3차전 선발투수를 더그 매티스-장원삼-저스틴 저마노 등 변화구 투수 위주로 짜고 강속구 투수들은 이후에 배치하는 마운드 운용 전략을 짰다.
강력한 불펜을 더 막강하게 만든 이 작전은 1차전에서 보기 좋게 적중했다.
선발 투수에 이어 나올 삼성의 차우찬·정인욱·안지만·권혁·정현욱·오승환은 하나같이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잘 던진다.
SK 타자들로서는 경기 초반에 제대로 점수를 뽑지 못하면 끌려갈 가능성이 짙어진 셈이다.
이에 비해 SK의 벌떼 불펜의 축인 브라이언 고든·정대현·박희수·정우람 등은 빠른 볼보다는 커브와 싱커, 싱커의 일종인 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던지는 투수들이다.
그러나 직구의 구속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변화구의 위력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지칠 대로 지친 SK의 구원진도 삼성 타자들을 묶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내 빠른 볼 위주로 볼을 배합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