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불펜 대결’이 예상되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양팀 중간 투수들은 하나같이 "우리 계투진이 낫다"며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계투 보직을 받은 삼성 투수 배영수(30)는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2차전을 앞두고 "좋은 투수가 너무 많다. 다들 한 번씩 던져야 하는데…"라며 기분 좋은 투정을 부렸다.
배영수는 "우리 투수들이 변화구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여 SK 타자들을 압도했다"면서 "나도 최근에 직구가 좋아진 만큼 기회가 온다면 강하게 승부하려 한다"고 싱긋 웃어 보였다.
삼성 계투진의 ’맏형’인 정현욱(33)도 "SK는 끈기가 있는 팀인 만큼 이길 때 확실히 이겨야 한다"면서 "강한 모습을 보여서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4연패로 당한 것을 되갚아주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정현욱은 "SK는 투수들의 경험이 많아 경기 운영이 좋다. 여유 있게 경기를 운영하더라"면서 "반대로 우리 계투진은 힘으로 밀어붙인다. SK에 파워 피처는 엄정욱 정도뿐"이라고 자기 팀 계투진의 강점을 설명했다.
맏형의 자신감은 계투진의 막내에게도 충분히 전해져 있었다.
이날 선발 장원삼에 이어 투입할 ’히든카드’로 지목된 정인욱(21)은 "오늘 나는 3⅓이닝 무실점으로 던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날 1차전에 두 번째 투수로 나서 3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SK 타선을 제압한 차우찬보다 한 타자 더 잡겠다며 당찬 ’라이벌 의식’을 드러낸 셈이다.
그런 정인욱을 애정 어린 표정으로 지켜보던 차우찬도 "내가 선발 투수로 나갈 일이 생기기 전에 4연승으로 시리즈를 끝냈으면 좋겠다"고 동료들이 힘을 내 주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불펜의 힘이라면 뒤질 것이 없는 SK 투수들도 기죽지 않았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SK 불펜의 ’핵’으로 떠오른 박희수(28)는 "삼성 타자들도 스윙은 무딘 것 같더라"면서 "전혀 지치지 않았다. 제구력과 볼 배합에 신경을 써서 정규시즌 때와 다름 없이 상대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SK 계투진의 정신적 지주인 정대현(33)도 여전히 자신만만했다.
정대현은 "삼성 투수들이 좋긴 하더라"고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중간 계투진 사이의 ’믿음’에서 앞선다. 내가 실패하더라도 뒤에서 막아주리라는 든든한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경기를 지키는 데 실패했다면 다 같이 못한 것이고, 잘 풀리면 다 같이 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투수들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대현은 "우리는 분위기를 잘 타는 팀인 만큼 오늘 경기를 잡고 인천으로 기세를 이어가겠다"고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