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역시 끝판 대장’ 삼성 구원

입력 2011.10.26 (21:45)

수정 2011.10.2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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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특급 마무리 오승환(29)이 한국 최고의 '소방수'다운 위력적인 투구로 위기에 놓인 팀의 승리를 지켰다.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린 26일 대구구장.

배영섭의 적시타로 2-0으로 앞서던 삼성은 8회 고비를 맞았다.

8회초 SK 박재상이 우중간 2루타로 나간 데 이어 최정이 볼넷을 얻어 걸어나갔고, 박정권의 중전 안타로 1점을 따라붙은 것이다.

무사 1, 2루의 기회가 이어진데다, 모처럼 삼성의 계투를 두들긴 SK 타선은 한창 힘을 내고 있었다.

SK의 흐름을 끊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인 삼성 벤치는 아웃카운트를 6개나 남기고 오승환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류중일 감독의 오승환에 대한 믿음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관중들의 함성 속에 무표정하게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기어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막아냈다.

오승환의 구위에는 SK의 작전도 통하지 않았다.

SK 안치용은 오승환의 초구에 번트를 시도했으나 제대로 대지 못했고, 공은 힘없이 위로 떠올라 포수 진갑용의 미트 속에 들어갔다.

이어 김강민이 파울 2개를 치며 버텼지만, 결국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위기도 있었지만 동료의 도움으로 넘어갔다.

SK는 2사 뒤 최동수가 오승환의 공을 잘 밀어쳐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쳤다.

그 사이 2루 주자 최정이 홈으로 쇄도해 들어왔지만 삼성 중견수 이영욱이 홈으로 정확한 송구를 날려 포수 진갑용이 간발의 차이로 태그아웃을 했다.

모처럼 실점 위기를 맞았던 오승환도 오랜만에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최동수의 안타도 오승환을 흔들지는 못했다.

오승환은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이호준과 최윤석, 정근우를 연달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는 여유있게 하늘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펼쳐 대구구장을 환호 속으로 몰아넣었다.

오승환이 2이닝을 던진 것은 올해 처음이다. 정규리그에서도 2009년 6월이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오승환은 "감독님이 정규리그에서 잘 관리해주신 만큼 한국시리즈에서는 2이닝도 충분히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미리 연습을 해 뒀다"고 말했다.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 최고의 마무리투수답게 큰 위기에서 팀을 구하며 '특급 소방수'의 위용을 과시한 오승환은 이로써 귀중한 기록도 하나 추가했다.

이날 세이브를 기록하면서 한국시리즈 통산 5세이브로 선동열 KIA 감독, 조용준(전 현대)을 제치고 역대 최다 세이브의 주인공이 됐다.

오승환은 이미 올해 정규리그에서 1승47세이브로 자신이 2006년 작성한 아시아 한 시즌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을 세웠고, 지난 8월12일에는 KIA를 제물로 역대 최연소·최소경기 200세이브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오승환은 올해 가을에도 기록 행진을 벌이며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다.

오승환은 "최다 세이브 기록은 전혀 의미가 없다. 세이브 상황이 전혀 안 되면 더 좋은 것"이라며 "우승이 목표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SK 이만수 감독대행이 '충분히 칠 수 있는 공'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는 "맞는 말"이라면서도 "반대로 나는 그 말씀을 듣고 더 (타자를) 잡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 내 공이 못 칠 공이 아닌 만큼 한번 더 집중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마지막으로 "오늘이 어제보다 더 좋았다. 비록 2이닝을 던졌지만 인천에서도 던지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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