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차남 ‘재산 고지 거부’ 특혜 논란…이유는 분당 땅?

입력 2015.02.09 (19:34)

수정 2015.03.13 (20:04)

KBS 뉴스 이미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임명 동의 요청서에 차남의 재산에 대해 고지를 거부했지만, '재산 고지 거부'에 대한 국회 윤리위의 허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후보자 지명 직후 투기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분당 땅이 차남 소유인 만큼 재산 공개의 투명성을 막기 위해 재산 고지를 거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투기 의혹 '분당 땅'은 어떻게 차남 소유가 되었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부인은 지난 2002년 경기도 분당 땅 1,237제곱미터(374평)를 부모로부터 증여받습니다. 그리고, 이 후보자의 차남은 현재 실거래가 21억 원 수준인 이 땅을 지난 2011년 다시 어머니에게서 증여받습니다. 이 후보자는 당시 80대 중반의 고령이던 장인, 장모가 거주할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땅을 직접 알아본 뒤, 7억 5천여 만원에 이 땅을 매입하도록 도왔다고 밝혔습니다. 2001년 매입 당시 3.3제곱미터당 2백만 원 안팎이었던 이 땅은 판교 개발 바람을 타고 14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이완구 후보자, 차남 증여 땅 ‘독립 생계 유지’ 이유 고지 거부

이완구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임명 동의 요청서에서 이 땅을 물려받은 차남의 재산에 대해서는 고지를 거부했습니다. ‘독립 생계 유지’가 이유였습니다. 대신 본인 소유의 도곡동 아파트 9억4천4백만 원, 배우자의 에쿠스 승용차 5천987만 원과 예금 등으로 재산 14억 원과 채무 2억 5천만 원만 신고했습니다. 후보자 지명 직후 차남 소유의 분당 땅에 대한 투기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되기 전까지 이 땅의 존재는 차남의 '재산 고지 거부' 덕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 이완구 후보자 차남 소유 '분당 땅' 항공 촬영.

◆“소득 많아서 허가”...재산 고지 거부 '기준 못 미쳐'

그런데, 이 후보자 차남의 ‘재산 고지 거부’ 사유를 들여다 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 2013년 6월 27일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이 후보자 차남의 ‘재산 고지 거부’를 허가합니다. “신청인의 월 평균 급여가 천7백여 만 원에 달해 부모의 부양 없이 생계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관계자는 “등록 의무자였던 이완구 후보자가 차남을 부양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면 고지 거부 허가를 해줘야 한다는 게 법의 취지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은 공직자 윤리법 12조 4항과 5항에 따른 고지 거부 허가 기준을 매우 이례적으로 느슨하게 적용한 것입니다. 재산 고지를 거부하기 위해서는 자녀의 경우 '독립 생계 소득 기준을 충족하고, 등록 기준일 이전 최소 180일 이상 주민등록상 별도 세대를 구성'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후보자 차남의 별도 세대 구성, 그러니까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부모와 분리된 기간은 51일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2004년 이후 이 후보자의 차남과 같은 이유로 재산 고지 거부 허가가 난 경우는 이 후보자의 차남이 유일했습니다.

◆“ '고지 거부'는 재산 등록 회피 수단”...이후보 차남만 적용

공직자 재산 고지 거부 운영 기준을 마련하는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고지 거부 제도를 악용해 재산 등록을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소득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별도 세대를 구성한 기간이 기준보다 짧으면 고지 거부는 허가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기타 특별한 사유’로 이 후보자 차남의 사례를 분류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연락 두절이나 행방불명, 이혼’ 같은, 말 그대로 ‘특별한 경우’에만 해당한다는 게 인사혁신처 측의 설명입니다.

지난 2014년부터는 ‘독립 생계’를 이유로 고지 거부를 허가할 수 있는 ‘별도 세대 구성 기간’이 최소 1년 이상으로 늘어났을 정도로 재산 고지 거부 관련 기준은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완구 후보자의 차남에게만 거꾸로 가는 기준을 적용한 셈입니다.

◆별도 세대 구성했다면서 주소지는 여전히‘도곡동’

이 후보자의 차남이 별도 세대를 구성하게 된 계기도 알고 보면 이 후보자 측의 주장과는 그 내용이 전혀 다릅니다. 이 후보자의 차남이 독립 세대를 구성하게 된 계기는 이완구 후보자가 19대 재보선 출마를 위해 주소지를 2013년 3월 6일 충남 부여로 옮겼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자의 차남은 당시 주민등록상 주소지였던 서울 도곡동 대림아크로빌에 그냥 남아 있었기 때문에 별도 세대를 구성하게 된 것입니다. 별도 세대를 구성했다고 한 차남의 현 주민등록상 거주지는 여전히 도곡동 대림아크로빌입니다. 이 아파트에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이 후보자의 주소는 현재 충남 부여군의 20제곱미터(6평)짜리 원룸으로 돼 있습니다.



▲ 이완구 후보자 주소지인 충남 부여군 원룸 전경.

◆꼬리에 꼬리 무는 의혹, 해소할 수 있을까?

이완구 후보자는 분당 땅에 이어 지난 2003년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3억 7천만 원의 프리미엄을 얹어 산 뒤 9개월 만에 되팔아 2억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챙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에 대해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는 명쾌한 입장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이 기사는 2월 9일 KBS 뉴스9에서 방송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