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로 이어지는 고난의 행군을 벌인 SK 타선이 한국시리즈에서 체력 저하로 심각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SK는 25~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2차전을 통틀어 단 1점밖에 올리지 못하고 삼진은 무려 29개나 허용하며 아쉽게 주저앉았다.
오승환을 필두로 차우찬, 안지만, 권오준 등 긴 휴식을 취한 삼성 계투진의 공 끝이 위력적이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SK 타자들은 준플레이오프나 플레이오프와 비교해 지나칠 만큼 무기력했다.
첫날부터 상대 투수의 강속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공이 이미 지나가고 난 뒤에야 방망이를 휘두르는 장면이 여러 차례 중계 화면에 잡혔고, 2차전에는 선발 장원삼에게 5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삼진을 당하는 등 스윙이 매번 허공을 갈랐다.
2차전에서 SK 타자들이 당한 17개의 삼진은 역대 한국시리즈 최다 기록이다.
이렇게 타자들의 방망이가 급격히 무뎌진 것은 역시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SK는 정규리그 두 경기 이상의 피로도가 쌓인다는 포스트시즌 경기를 9번이나 치르고 천신만고 끝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터라 선수들이 힘들 수밖에 없다.
1차전을 끝내고 "타자들은 잘 쳐야 3할"이라며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였던 SK 이만수 감독대행도 이틀째 부진이 이어지자 "선수들이 많이 지친 것 같아 안타깝다"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2차전 선발에서 제외된 베테랑 유격수 박진만은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심한 체력 고갈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타자들에게는 하루의 휴식 시간을 벌고 28일부터 홈인 문학구장에서 3~4차전을 벌인다는 것이 희소식이다.
하지만 누적된 피로가 하루의 휴식으로 풀어질 만한 수준이 아니다.
SK 공격의 첨병 정근우는 "비가 와서 하루쯤 더 쉰다고 해도 피로가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선수들의 정신력에 기대를 걸어보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집중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1차전에서 여러 차례 허무하게 초반 기회를 날려버리는 등 어수선해 보였던 SK 타자들은 2차전에서는 기회가 왔을 때 조금 더 끈질기게 달라붙어 흐름을 이어가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2루타가 4차례나 나왔고 8회에는 박정권이 중전 안타로 삼성 계투진에게서 16이닝 만에 점수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에서 들쭉날쭉한 모습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박재상과 최정이 조금씩 상승 무드를 타고 있어 중심 타선으로 기회를 연결하는 일이 많아졌다.
삼성 타자들 역시 20여 일 동안 실전을 치르지 못해 타격감이 떨어진 만큼 SK 타선이 찬스에서 조금만 더 집중력을 발휘해 준다면 분위기 반전도 노려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