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굴욕적으로 당할 수 없다"
민주당은 22일 한나라당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적으로 점거하자 즉각 `소집령'을 발동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3시5분께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성곤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던 중 보좌진으로부터 본회의장 점거 소식을 듣고 즉각 전 의원 및 보좌관을 본회의장에 소집할 것을 지시하고 본청으로 달려갔다.
점거 소식을 접한 강기정 김재균 장세균 이성남 의원 등이 곧바로 본회의장으로 들어가 김 원내대표 등과 저지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같은 시각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강창일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급보'를 받았다.
그는 그러나 곧장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짧은 축사를 하면서 "한나라당이 비준안을 강행 처리할 것 같다. 지금 마음의 평정을 잃고 있다"며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끊임없이 평화를 수호하려고 해도 가만히 앉아서는 굴욕적으로 당할 수 없다"고 말해 강력히 저지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손 대표와 함께 있던 김영환 우윤근 전현희 김유정 의원 등 20여 명의 의원도 그를 뒤따랐다.
차량으로 이동해 본회의장과 가장 가까운 정현문으로 본청에 들어선 손 대표는 "(점거 가능성을) 미리 알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닫은 채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그는 본회의장 입구에서 기자들의 요구에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이 이렇게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본회의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강기정 의원은 "오후 3시9분에 입장했는데 불이 안켜져서 컴컴한 상황이었다"며 "한나라당 의원 전원이 착석해 있던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5분여 후 불이 켜지자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이건 약속위반이다. 기자들에게 공개도 않고 모든 것 차단하면 안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와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장석 앉아있던 정의화 부의장에게 기습 점거 및 비준안 강행 처리 방침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으며, 다른 의원들도 국회방송으로 본회의장 상황이 중계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회의를 공개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스마트폰으로 본회의장 상황을 촬영해 당 웹하드에 영상을 하나둘씩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