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22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해 발효된 국가가 45개국으로 늘어나게 됐다.
지난 7월 EU에 이어 미국과의 FTA를 비준시켜 무역 영토를 전 세계 35%(교역기준)로 확장한 우리나라의 유력한 차기 FTA 상대는 중국으로 꼽힌다. 중국과의 협상은 이미 사전 연구를 마치고 협상 개시 선언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과의 FTA 발효 45개국으로 증가
우리나라는 1999년 12월 칠레와의 FTA 협상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FTA 체결에 나섰다. 22일 현재 개별국가로 칠레, 싱가포르, 인도, 페루 등 4개국, 경제공동체로는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ASEAN), 유럽연합(EU) 등 3개 경제권과 FTA가 발효 중이다.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8개 권역 45개국으로 늘어나게 된다.
2004년 4월 발효된 한ㆍ칠레 FTA는 우리나라 최초의 FTA다. 이로써 중남미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칠레 간 교역액은 FTA 시행 전 18억5천만달러에서 지난해 71억7천만달러로 3배 넘게 급증했다. 이 중 수출이 462%, 수입은 218% 늘어 수출 증가 규모가 더 컸다.
우리나라와 제2위의 교역대상인 아세안은 2007년 6월 관세 장벽이 내려졌다. 세계 최대 경제권인 EU와의 FTA는 올해 7월 잠정 발효됐다. 중남미의 자원 부국인 페루와 FTA는 올해 8월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현재 캐나다, 걸프협력이사회(GCC),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콜롬비아, 터키 등 12개국과 7건의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GCC와 FTA가 체결되면 중동 국가와의 최초 FTA가 된다. 호주, 뉴질랜드, 콜롬비아, 터키와는 협상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협상을 준비하거나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FTA는 17개국 10건에 달한다.
일본과는 2003년 12월 협상을 시작했다가 2004년 6월 중단됐다. 2008~2009년 협상 재개 환경을 조성하려는 실무협의가 네 차례 개최되고서 현재 국장급으로 격상된 실무협의가 진행 중이다. 덧붙여 한중, 한중일간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로 이뤄진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이스라엘, 베트남, 몽골, 중미 6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FTA 체결을 위한 공동연구나 실무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차기 FTA 핵심 대상국은 중국
중국과의 FTA는 우리나라의 FTA정책을 좌우할 핵심이다.
지난해 양국의 교역규모는 1천884억 달러로 한미 간의 교역액 902억 달러의 두 배를 넘는다.
더욱이 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농수산물과 생필품의 주요 공급처여서 FTA협상 성과에 따라 나라 운명의 '명'과 '암'이 극명하게 엇갈릴 공산이 크다.
두 나라 사이의 FTA 논의는 정부 간 민감성 처리방안에 관한 사전 협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산관학 공동연구 회의는 사실상 마무리돼 협상개시 선언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농산물과 일부 제조업 분야, 중국은 석유화학·자동차 부문 등을 민감성 품목으로 분류해 개방 예외 또는 개방 시한 유예 대상으로 분류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에 더 적극적인 쪽은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 EU와 FTA를 체결한 한국을 잘 이용하면 미국과 유럽의 수출을 극대화할 수 있고 농수축산업, 중소기업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중국 리커창 부총리는 공개석상에서 한중 FTA를 서두르자며 압박하기도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중 FTA가 발효되면 2.3%의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저가 완제품과 농수산물 수입이 늘어 중소기업, 농수산업의 타격이 예상되지만, 한국은 고급 제품과 중간재, 부품 수출이 늘어 무역수지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정부가 중국의 요구대로 FTA에 적극적으로 나서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미 EU, 미국과의 FTA로 농업 피해가 가시화할 가능성이 큰데다 경제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얻더라도 중국으로의 산업 및 사회 정치 종속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하면서 경험한 내분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협상개시 선언에 동의할지, 향후 정치일정까지 고려해 차기 정부로 미룰지 현 정부의 판단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