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종사 과실에 초점 vs 한국 "예단할 수 없어"
한국과 미국이 아시아나항공 214편 사고와 관련한 대응에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조종 미숙에 초점을 두자 한국은 곤혹스러워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양상이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데버라 허스먼 위원장은 8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브리핑을 열고 "조종사에 대한 조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조종사들이 어떻게 사고기를 조종했고, 어떻게 훈련받았고 어떤 비행 경험을 지녔는지를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조종사 과실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NTSB는 이틀째 브리핑하면서 블랙박스 예비분석을 바탕으로 시간대별로 고도와 속도를 제시했다. 충돌 34초전까지도 착륙 권장속도인 시속 254㎞와 큰 차이 없이 활주로에 접근하다 급격히 속도가 떨어졌다고 밝혀 정상적인 비행이 아니었다는 것을 암시했다.
블랙박스 조사가 다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내용을 자세하게 발표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일부 전문가는 지적한다.
조사에는 2년 넘게 걸리는 경우도 많은데 자칫 초기부터 조종사 과실이라는 선입견을 줄 수 있다고 이들은 우려한다.
물론 허스먼 NTSB 위원장은 "항공기 사고는 한가지 문제 때문에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모든 가능성을 다 검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체 결함 등 다른 요인에 비해 조종사의 실수에 무게를 두는 것은 뉴욕타임스 등 일부 미국 언론의 보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NTSB가 조종사 과실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발표하자 우리 정부는 조종사 문제에 이목이 쏠리는 것을 꺼려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려 하고 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9일 브리핑에서 "NTSB 발표 내용만으로 조종사 과실로 예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고기의 착륙 전 속도가 권장 속도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다른 자료와 연계해야 판단할 수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