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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장에서 8명 사고났는데…“사장님 고마워요”
입력 2020.11.19 (21:24) 수정 2020.11.19 (22:05) 뉴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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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일주일 일하다 숨진 노동자, 25명입니다.

노동건강연대와 KBS가 집계했습니다.

하루도 빼지 않고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죽음.

위험의 외주화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데요.

그런데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우리 산업현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얘깁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사고가 매년 100건을 웃돌고 있고, 다치는 사람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위험을 이주 노동자에게 떠넘긴다, 그래서 '죽음의 이주화'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일하다 죽지 않게> KBS 연속 보도, 오늘(19일)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 살펴보겠습니다.

고아름 기잡니다.

[리포트]

6년 전 한국으로 건너와 플라스틱 공장에 취업한 30대 네팔 노동자 A 씨.

2017년 기계를 정비하다 팔이 끼었습니다.

사람 몸이 끼면 기계가 멈추는 안전 센서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네팔 노동자 : "오래된 기계였는데 (안전) 센서가 잘 안 됐어요. '사장님 기계 버리고 다른 기계 사요' 하면 (사장님은) '괜찮아, 괜찮아' 했어요."]

이 공장에서 다친 사람은 A 씨뿐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5월 베트남 노동자가 상자에 깔려 허리를 다쳤고, 2018년엔 네팔과 중국 출신 노동자 2명이 손가락을 다쳤습니다.

직원이 스무 명 남짓인 공장에서 지난해까지 5년간 외국인 노동자 8명이 다쳤습니다.

[네팔 노동자 : "한국 사람은 안 다쳐요. 우리는 오늘 와서 내일 아침부터 시작하면 어떻게 (잘) 해(요). 내일 (일하다가) 모르면 '야, 똑바로 해야지'."]

A 씨는 왼쪽 팔을 잘 못 쓰게 됐는데도 사장님이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업체와 달리 산재 신청을 해줬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네팔 노동자 : "사장님 진짜 마음이 좋아. 나중에 집에 갈 때 줄 것 있대요. (얼마를 준대요?) 아직 몰라요."]

태국에서 온 또 다른 이주노동자는 한국에 온 지 두 달 만에 금속연마 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 두 개를 잃었습니다.

사업주는 산재 신청은커녕 병원비로 썼다며 월급도 절반만 줬습니다.

[태국인 노동자 : "사장님이 혼내기만 하고 조심하지 않은 제 탓이라고 했어요. 돈도 없어서 친구한테 빌려서 치료를 받았어요."]

노후화된 기계 때문에 동료들이 계속 다치는 상황.

한국인이면 당장 직장을 옮겼겠지만 외국인은 그마저도 어렵습니다.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의 동의가 없으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다는 '고용허가제' 때문입니다.

다친 노동자가 떠난 자리는 또 다른 이주노동자로 쉽게 채워집니다.

외국인을 고용할 때 우선 순위를 받는 평가에서도 사망 재해에 대해서만 벌점이 있을 뿐 아무리 많은 노동자가 다쳐도 '부상'에는 감점이 없습니다.

[최정규/변호사 : "(산재가 발생하면) 신규 인력 배정받는 데 어렵구나, 몇 년 동안은 못 받는다는 것이 제도화 돼야지 사업주들이 안전 설비에 더 많은 투자를 하지 않을까요."]

지난해 국내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죽은 외국인 노동자는 7천3백여 명.

산재에 집계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촬영기자:최원석/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이희문
  • 한 공장에서 8명 사고났는데…“사장님 고마워요”
    • 입력 2020-11-19 21:24:34
    • 수정2020-11-19 22:05:39
    뉴스 9
[앵커]

지난 일주일 일하다 숨진 노동자, 25명입니다.

노동건강연대와 KBS가 집계했습니다.

하루도 빼지 않고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죽음.

위험의 외주화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데요.

그런데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우리 산업현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얘깁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사고가 매년 100건을 웃돌고 있고, 다치는 사람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위험을 이주 노동자에게 떠넘긴다, 그래서 '죽음의 이주화'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일하다 죽지 않게> KBS 연속 보도, 오늘(19일)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 살펴보겠습니다.

고아름 기잡니다.

[리포트]

6년 전 한국으로 건너와 플라스틱 공장에 취업한 30대 네팔 노동자 A 씨.

2017년 기계를 정비하다 팔이 끼었습니다.

사람 몸이 끼면 기계가 멈추는 안전 센서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네팔 노동자 : "오래된 기계였는데 (안전) 센서가 잘 안 됐어요. '사장님 기계 버리고 다른 기계 사요' 하면 (사장님은) '괜찮아, 괜찮아' 했어요."]

이 공장에서 다친 사람은 A 씨뿐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5월 베트남 노동자가 상자에 깔려 허리를 다쳤고, 2018년엔 네팔과 중국 출신 노동자 2명이 손가락을 다쳤습니다.

직원이 스무 명 남짓인 공장에서 지난해까지 5년간 외국인 노동자 8명이 다쳤습니다.

[네팔 노동자 : "한국 사람은 안 다쳐요. 우리는 오늘 와서 내일 아침부터 시작하면 어떻게 (잘) 해(요). 내일 (일하다가) 모르면 '야, 똑바로 해야지'."]

A 씨는 왼쪽 팔을 잘 못 쓰게 됐는데도 사장님이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업체와 달리 산재 신청을 해줬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네팔 노동자 : "사장님 진짜 마음이 좋아. 나중에 집에 갈 때 줄 것 있대요. (얼마를 준대요?) 아직 몰라요."]

태국에서 온 또 다른 이주노동자는 한국에 온 지 두 달 만에 금속연마 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 두 개를 잃었습니다.

사업주는 산재 신청은커녕 병원비로 썼다며 월급도 절반만 줬습니다.

[태국인 노동자 : "사장님이 혼내기만 하고 조심하지 않은 제 탓이라고 했어요. 돈도 없어서 친구한테 빌려서 치료를 받았어요."]

노후화된 기계 때문에 동료들이 계속 다치는 상황.

한국인이면 당장 직장을 옮겼겠지만 외국인은 그마저도 어렵습니다.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의 동의가 없으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다는 '고용허가제' 때문입니다.

다친 노동자가 떠난 자리는 또 다른 이주노동자로 쉽게 채워집니다.

외국인을 고용할 때 우선 순위를 받는 평가에서도 사망 재해에 대해서만 벌점이 있을 뿐 아무리 많은 노동자가 다쳐도 '부상'에는 감점이 없습니다.

[최정규/변호사 : "(산재가 발생하면) 신규 인력 배정받는 데 어렵구나, 몇 년 동안은 못 받는다는 것이 제도화 돼야지 사업주들이 안전 설비에 더 많은 투자를 하지 않을까요."]

지난해 국내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죽은 외국인 노동자는 7천3백여 명.

산재에 집계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촬영기자:최원석/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이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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