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보다 무서운 ‘질병 산재’…“인정해 달라” 소송의 늪

입력 2020.12.03 (21:33) 수정 2020.12.0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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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터에서 사고로 숨지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병을 얻어 숨지는 사례가 더 많습니다.

일하다 생긴 질병으로 고통받는 것도 모자라 산재인정을 받으려면 또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합니다.

사고보다 무서운 '질병 산재', 허효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년 전 반도체의 날.

직업병을 해결하라며 반도체 공장 노동자 7명이 집단 산재를 신청했습니다.

진복숙 씨의 딸 A 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A 씨는 SK하이닉스에서 일하다 난치병인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았습니다.

수술까지 했지만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진복숙/A 씨 어머니 : "자식은 부모 밖에 있는 심장이래요. 만약에 (아플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보내지 않았을 텐데 후회할 때가 많아요."]

산재신청 2년 뒤 나온 근로복지공단의 대답은 '불승인'.

유해물질에 노출된 기간이 짧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3년간의 법원소송 끝에 최근 산재인정 판결을 받았지만 아직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공단이 다시 항소를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진복숙/A 씨 어머니/근로복지공단에 보내는 편지 中 : "질병으로 산재 인정 받기 위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암이나 중병으로 정말 힘없고 아픈 사람들입니다. 오랜 기간 산재 승인 되길 기다리며 고통스럽게 싸워야 하는 이런 현실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삼성 기흥공장 클린룸에서 청소일을 했던 B 씨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청업체 직원이어서 어떤 화학약품이 쓰였는지 몰랐고, 유해물질 이름을 노트에 적어놓은 게 전붑니다.

[B 씨/삼성 클린룸 전 청소노동자/음성변조 : "제일 힘든 일을 했고 그런 것은 저희같이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아무리 똑똑해도 왜 내가 그런 암에 걸렸는지 증명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하지만 공단은 유사사례가 없다며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B 씨는 재심을 신청했습니다.

[조승규/반올림 노무사 : "'(피해자들에게) 입증 수준 어느 정도를 요구하느냐'라고 하면 아직도 높은 것이 현실이에요. 굉장히 오랜 시간 겪게 되거든요."]

피해자들이 산재판정 최종 결과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천62일.

질병의 고통에다 지난한 입증의 과정까지.

일터에서 병을 얻은 노동자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촬영기자:강희준/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김정현 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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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보다 무서운 ‘질병 산재’…“인정해 달라” 소송의 늪
    • 입력 2020-12-03 21:33:33
    • 수정2020-12-04 08:10:27
    뉴스 9
[앵커]

일터에서 사고로 숨지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병을 얻어 숨지는 사례가 더 많습니다.

일하다 생긴 질병으로 고통받는 것도 모자라 산재인정을 받으려면 또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합니다.

사고보다 무서운 '질병 산재', 허효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년 전 반도체의 날.

직업병을 해결하라며 반도체 공장 노동자 7명이 집단 산재를 신청했습니다.

진복숙 씨의 딸 A 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A 씨는 SK하이닉스에서 일하다 난치병인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았습니다.

수술까지 했지만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진복숙/A 씨 어머니 : "자식은 부모 밖에 있는 심장이래요. 만약에 (아플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보내지 않았을 텐데 후회할 때가 많아요."]

산재신청 2년 뒤 나온 근로복지공단의 대답은 '불승인'.

유해물질에 노출된 기간이 짧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3년간의 법원소송 끝에 최근 산재인정 판결을 받았지만 아직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공단이 다시 항소를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진복숙/A 씨 어머니/근로복지공단에 보내는 편지 中 : "질병으로 산재 인정 받기 위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암이나 중병으로 정말 힘없고 아픈 사람들입니다. 오랜 기간 산재 승인 되길 기다리며 고통스럽게 싸워야 하는 이런 현실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삼성 기흥공장 클린룸에서 청소일을 했던 B 씨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청업체 직원이어서 어떤 화학약품이 쓰였는지 몰랐고, 유해물질 이름을 노트에 적어놓은 게 전붑니다.

[B 씨/삼성 클린룸 전 청소노동자/음성변조 : "제일 힘든 일을 했고 그런 것은 저희같이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아무리 똑똑해도 왜 내가 그런 암에 걸렸는지 증명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하지만 공단은 유사사례가 없다며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B 씨는 재심을 신청했습니다.

[조승규/반올림 노무사 : "'(피해자들에게) 입증 수준 어느 정도를 요구하느냐'라고 하면 아직도 높은 것이 현실이에요. 굉장히 오랜 시간 겪게 되거든요."]

피해자들이 산재판정 최종 결과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천62일.

질병의 고통에다 지난한 입증의 과정까지.

일터에서 병을 얻은 노동자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촬영기자:강희준/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김정현 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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