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부정출발로 충격적인 실격을 당하면서 남은 타이틀 방어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볼트는 이번 대회 100m와 200m, 400m계주 등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던 종목에서 모두 2연패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 시즌 겪은 허리와 아킬레스건 부상의 영향으로 세계 기록을 경신하기는 어렵지만 ’3관왕 2연패’를 달성하면 여전히 단거리의 최강자임을 증명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볼트에게 남자 100m는 3관왕으로 가는 첫 관문이자 가장 넘기 힘든 고개였다.
부상에서 돌아온 볼트는 200m에서는 올 시즌 최고 기록인 19초86을 찍어 경쟁자들의 앞에 서 있었다.
또 400m 계주에서도 강력한 경쟁자인 미국의 타이슨 게이(29)가 불참한 덕에 자메이카의 우승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반면 볼트는 100m에서 시즌 최고 기록이 9초88에 그쳐 시즌 공동 7위에 머물렀다.
9초78로 1위를 달리는 동료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을 비롯해 볼트보다 좋은 기록을 낸 선수만 5명에 달한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는 200m에서 일제히 볼트의 우승을 점치면서도 100m에서는 서로 의견이 엇갈렸다.
이는 볼트가 100m에서만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나머지 종목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타이틀을 지킬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첫 결승 관문인 100m에서 전혀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으면서 나머지 종목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3관왕을 이루겠다는 목표가 워낙 충격적으로 무산됐기에 심리적인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 때문이다.
볼트는 공식적으로 실격 판정을 받은 뒤 여러 차례 소리를 지르고 양손으로 경기장 벽을 내리치는 등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순간적인 집중력이 중요한 단거리에서 정신적으로 흔들리면 당연히 경기력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스타트가 약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볼트로서는 남은 경기에서 스타트에 더욱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볼트가 충격을 털어내고 나머지 종목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본적으로 200m에서 워낙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온 만큼 크게 흔들릴 여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볼트는 100m에서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만큼 200m에서는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줘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에서 사진 판독관으로 활약하는 장재근 대한육상경기연맹 이사는 "내가 볼트라면 ’다음 경기에서는 뭔가 보여주겠다’고 벼를 것"이라며 "오히려 ’200m에서는 신기록에 도전해 보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