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부정출발 실격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선수들은 볼트가 혼자 흥분해서 실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와 월터 딕스(미국), 킴 콜린스(세인트 키츠 앤드 네비스)는 28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전이 끝나고 나서 이 같은 관찰 결과를 털어놓았다.
블레이크는 "볼트는 부정 출발을 할 만큼 성급한 선수가 아닌데 안타깝게도 조금 더 빨리 출발하려다가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볼트가 실격 판정을 받은 뒤 '누구 짓이냐'고 소리를 질러 관중석에서 소음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으나 블레이크는 이런 추측을 일축했다.
블레이크는 "나는 어떤 소리도 듣지 못했고 선수들이 먼저 나가는 것을 눈으로 봤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훈련할 때는 부정 출발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세계 대회에서 그런 일이 불거질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딕스도 블레이크가 목격한 모습을 뒷받침하는 말을 내놓았다.
그는 "심판은 이번 대회에서 꾸준히 일관성 있게 출발 절차를 운영해온 것 같다"며 "다만 일부 선수가 흥분해서 부정 출발이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콜린스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심판이 세트 동작에서 출발까지 다른 대회보다 조금 더 뜸을 들이는 경향이 볼트의 부정 출발과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출발을 지시하는 심판이 선수들 모두가 안정을 취할 때까지 좀 더 오래 기다린다"며 "출발 심판마다 상황이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결국은 선수 스스로 집중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이번 대회부터 트랙 종목에서 한 차례 부정 출발에 바로 실격을 처리토록 규정을 강화한 데 대한 의견은 서로 엇갈렸다.
딕스는 "예전에는 선수들이 부정 출발을 악용해 경쟁자의 컨디션을 무너뜨리기도 했다"며 "지금이 훨씬 나아서 선수들이 더 집중하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1997년부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온 최고 베테랑 콜린스는 "내가 옛날부터 경험해봐서 아는 데 선수들에게 부정출발을 했을 때 한 번 정도는 봐주는 게 옳지 않나 싶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