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 볼트, 왜 부정출발 했을까

입력 2011.08.29 (07:08)

수정 2011.08.2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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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만 무성…본인은 "아무렇지도 않다" 강변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가져갈 47명의 선수와 팀(계주) 중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였던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28일 남자 100m 결승에서 부정 출발로 충격의 실격을 당한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볼트는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의 소유자였다는 점에서 이번 부정 출발 사건이 대구 대회 최대의 미스터리라는 의견이 많다.



볼트는 2009년 베를린 세계대회 100m 준결승에서 자신의 부정 출발을 포함해 두 번이나 부정 출발을 겪고도 결승에서 9초58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또 당시 200m 결승에서도 다른 선수의 부정 출발로 집중력이 흐트러질 뻔했지만 19초19라는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는 등 ’철심장’으로서의 면모를 자랑했다.



볼트가 부정 출발의 원인에 대해 입을 닫으면서 현재로서는 추측만 무성한 상황이다.



볼트는 실격당한 뒤 공동취재구역을 피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러고 나서 대구 스타디움 인근의 보조경기장에서 트랙을 마구 달리는 것으로 화풀이를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에 앞서 일부 취재진에 둘러싸인 볼트는 "내가 눈물을 흘릴 줄 알았나. 아무렇지도 않다"며 충격적인 결과에도 겉으로는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스타트에 대한 부담일까



키가 196㎝로 큰 볼트는 다리가 길어 출발반응 속도가 느린 편이다.



1회전과 준결승에선 큰 부담 없이 출발할 수 있지만 결승에서만큼은 아무리 챔피언 볼트라 해도 스타트 총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볼트는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만큼 스타트 반응시간이 빠르다면 9초4대도 찍을 수 있다"며 파월의 빠른 스타트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00m와 200m, 400m 계주 3관왕 타이틀을 방어해 전설로 남겠다"고 선언했던 볼트는 그 첫 단추이자 가장 어려운 종목인 100m에서 기필코 1위를 하겠다는 의욕을 지나치게 앞세우다가 실수를 범했을 수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부상에 대한 부담일까



볼트는 지난해 아킬레스와 허리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접었다.



그러나 부상의 그늘은 짙었고 올해 100m에서 9초88을 기록하는 데 머물렀다.



이는 자신의 최고 기록보다 0.3초가 늦다.



볼트는 대회 직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대구 세계대회 100m에서는 세계신기록 대신 9초6~7대를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기록보다는 성적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일각에선 볼트가 부상 탓에 생각만큼 경기력을 발휘하지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간판 스프린터였던 모리스 그린은 공개적으로 "자메이카의 떠오르는 별인 요한 블레이크(23)가 100m에서 볼트를 제치고 우승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볼트가 이런 평가를 실력으로 일축하고 여전히 9초6대를 찍을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다 실수를 범했다는 게 두 번째로 가능한 가정이다.



◇관중 방해는 없었다



볼트는 실격이 확정된 뒤 울부짖는 얼굴로 "(날 방해한 게) 누구냐(Who is it)"라고 외쳤다.



그러나 사진 판독실에 있던 장재근 대한육상경기연맹 이사와 레이스에 함께 나섰던 월터 딕스(미국), 우승자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볼트의 이 말은 특정인을 지칭했다기보다는 자신을 책망한 쪽에 가까운 표현이라는 게 유력한 해석이다.



먼저 은메달을 딴 딕스와 블레이크는 "관중 소음은 없었다. 경기는 한결같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블레이크는 "볼트가 먼저 앞서 나가려다 실수를 한 것 같다"며 부정 출발의 책임을 전적으로 볼트에게 돌렸다.



딕스도 이날 준결승과 결승에서 잇따라 부정 출발이 있었던 점을 들어 블레이크의 의견에 동조했다.



장 이사는 "관중의 방해가 있었다면 경기 전에 스타트 총을 쏘는 심판이 선수들의 양해를 얻어 레이스를 멈춘다"며 "이런 일이 없었던 점을 볼 때 관중이 선수의 집중력을 깨뜨릴만한 소음을 냈다고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스프린터 출신인 장 이사는 대신 타이틀을 지키려던 볼트의 욕심이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가정 쪽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볼트는 1회전과 준결승에서 모두 50~60m 이후로는 속도를 줄이고도 10초10과 10초05라는 좋은 기록을 냈다"며 "결승에서 마음만 먹으면 9초6대는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전망이 들 정도로 몸이 좋았는데 스타트부터 지나치게 의욕을 부리다 실수를 범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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