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라힘 제일란(에티오피아)과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 스물 두살 동갑내기가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우뚝 섰다.
제일란과 블레이크는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10,000m와 100m 결승에서 정상을 밟고 세계 1인자로 동시에 올라섰다.
특히 두 선수는 해당 종목의 절대 강자이자 팀 선배인 케네니사 베켈레(29)와 우사인 볼트(25)가 각각 레이스를 중도 기권하고 부정 출발에 의한 실격을 당한 틈을 타 자신의 시대를 열어젖혔다는 보기 드문 공통점까지 안았다.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10,000m와 2008년 세계주니어 크로스컨트리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주니어 무대에서는 강자였으나 성인 대회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제일란은 이날 극적인 역전 스퍼트로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이 종목 5연패에 도전하던 베켈레가 15바퀴를 돈 뒤 장딴지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자 제일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제일란은 마지막 25바퀴 절반까지 영국의 모하메드 파라에게 뒤져 2위에 머무는 듯했으나 마지막 100m 직선 직선 주로에서 역주를 펼쳐 파라를 따라잡았다.
이어 여세를 몰아 27분13초81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제일란은 현재 일본 실업팀인 혼다 스포츠 소속으로 안정적인 훈련 분위기 속에 일본에서 열리는 장거리 경주에 꾸준히 나서며 실력을 키운 것으로 알려져 더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간판 스프린터였던 모리스 그린으로부터 볼트를 제치고 우승할 것이라는 기분 좋은 전망을 들었던 블레이크는 실제로 꿈을 이뤄내며 인생 절정의 순간을 만끽했다.
블레이크 역시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100m에서 동메달을 땄을 뿐 전날까지 성인 대회에서는 발자취를 남기지 못했다.
100m 세계기록(9초58) 보유자인 볼트가 정상적으로 결승전에 나섰다면 최고기록이 0.31초나 뒤지는 블레이크가 우승을 노리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의외의 상황이 연출됐다.
볼트가 부정 출발이라는 덫에 걸리면서 레이스는 블레이크에게 유리하게 풀렸다.
최고기록에서는 경쟁자에 뒤졌지만 블레이크는 이번 대회 1회전과 준결승을 거치면서 꾸준히 기록을 단축했고 마침내 결승에서도 9초92라는 올해 개인 최고기록으로 축배를 들었다.
꿀맛 같은 우승으로 블레이크는 2009년 베를린 세계대회 출전 직전 약물 검사에 걸려 징계를 받았던 불명예도 한꺼번에 털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