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녀 단거리에서 잇따라 불거진 단 한 차례의 부정출발 행위를 실격 처리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놓고 찬반 논란이 새삼 가열되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28일 남자 100m 결승에서 부정출발로 출발선에서 사라지는 등 이번 대회 개막 이후 이틀 동안에만 8명의 선수가 실격 처분을 받아 뛰어보지도 못했다.
남자 100m의 드웨인 챔버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400m 금메달리스트인 크리스틴 오후루구(이상 영국) 등 거물급 스타들도 볼트처럼 부정 출발의 덫에 걸려 이번 대회를 위해 바친 지난 2년간의 노력이 허사로 끝났다.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인 볼트마저 부정 출발로 실격당하자 해외 유력 언론매체들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부정 출발에 대한 실격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IAAF는 지난해 1월1일 이후 열린 각종 대회에서 단 한 번만 선수가 부정출발을 하더라도 곧바로 실격처리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종전에는 한 번은 허용하되 두 번째 실수를 범한 선수를 실격으로 처리했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 규정이 도입되기는 대구가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제설을 주장하는 쪽은 현 규정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이유를 든다.
볼트의 충격적인 실격을 목격한 일부 육상인들과 언론은 한 번 실수했다고 뛸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원 스트라이크 아웃’ 방식의 현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997년 아테네 세계대회 100m 우승자이자 이번 대회 100m에서 동메달을 딴 킴 콜린스(세인트 키츠 앤드 네비스)는 "부정출발을 한 번 정도는 봐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동정론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현 규정에 동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현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은 부정 출발이 경쟁자의 사기를 꺾는 데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면서 선수가 집중력을 발휘하면 충분히 부정 출발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8일 100m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가져간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와 월터 딕스(미국)는 부정 출발에 따른 실격은 외부 요인보다는 해당 선수 스스로 흥분해 벌어진 일이라며 현 규정을 유지하는 것에 무게를 실었다.
이들은 부정 출발로 인한 억울한 징계를 피하려면 출발선에 선 선수 자신이 한층 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의 한 관계자도 "부정 출발 요건을 예전처럼 완화하면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져 신기록 수립에 도리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단거리 경기는 단판 승부"라며 "순간적으로 엄청난 폭발력을 뿜어내려면 스타트 순간 최대한 집중력을 모을 수 있도록 하는 현행 규정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