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경위 조사 위해'‥'매장지 선정 못해'
"과도정부 내부 갈등 양상 드러나", 카다피 부족 "시신 인도" 요구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의 시신 매장이 지연되고 있다.
리비아 과도정부를 대표하는 국가과도위원회(NTC)는 애초 카다피의 장례를 숨진 다음 날인 지난 21일 비공개로 치를 방침이었다.
NTC 고위 관계자 모하메드 사예흐는 카다피의 장례가 이슬람 전통에 따라 비공개로 치러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고향 시르테에서 숨진 카다피의 시신은 해안도시 미스라타로 옮겨지고 나서 지금까지 한 쇼핑센터내 정육점의 냉동고에서 일반에 공개된 채 방치돼 있다.
이는 NTC의 애초 방침은 물론 보통 죽은 지 하루 만에 매장하는 전통적인 이슬람 장례 문화에도 배치되는 것이다.
NTC는 카다피의 사명 경위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매장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고, AP 통신은 국제형사재판소(ICC) 조사를 위해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지 일간 걸프뉴스는 22일 매장 장소를 둘러싼 과도정부 내부의 분열로 카다피 시신 매장이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TC 관계자는 "카다피 시신 매장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미스라타와 시르테, 그 밖의 다른 지역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라고 말했다.
마흐무드 샴맘 NTC 정보장관도 "그(카다피)의 시신을 묻을 최적의 장소가 어디인지를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매장이 연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정부가 카다피 가족과 그의 시신 처리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 카다피 출신 부족 측은 친(親) 카다피 성향의 시리아 TV방송 알라이를 통해 성명을 내고 '순교자'(카다피와 4남 무타심)의 시신을 인도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유엔, 국제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이 NTC에 압력을 넣어 이슬람 관습과 율법에 따라 시신을 시르테의 우리 부족에게 인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카다피의 장례가 지연되면서 NTC의 시신 처리 방식을 놓고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신들은 과도정부가 카다피의 죽음에 얼마나 준비가 안 돼 있는지 드러났다며 카다피의 사망 경위와 시신 처리 방식이 반(反) 카다피 진영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서는 리비아 해방 공식 선포와 카다피 시신 매장의 지연으로 과도정부 내부의 지역·종족 간 갈등 양상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