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파 이용래·홍정호·이승기 ’핵심자원’ 부상
중동 원정에 나선 축구대표팀에서 K리그 소속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해외파 선수들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코칭스태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올해 1월 아시안컵을 시작으로 총 16경기를 펼쳐 10승5무1패(아시안컵 4강전 승부차기 패는 무승부 처리)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 기간에 박주영(아스널)은 대표팀의 골잡이로 총 10골을 터트렸고, 지동원(선덜랜드)과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아시안컵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각각 7골과 6골을 기록해 다득점 2~3위에 올랐다.
대표팀은 지난 6월 가나(2-1승)와 세르비아(2-1승)와의 평가전에서 뛰어난 조직력을 바탕으로 ’만화 축구’에 가장 근접한 경기력을 선보여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박주영이 AS모나코(프랑스)를 떠나 새로운 둥지를 찾는 동안 훈련량이 떨어지자 대표팀의 공격력도 덩달아 하향 곡선을 그렸다.
대표팀은 지난 8월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박주영을 포함한 해외파들의 컨디션 난조와 부상 악재가 겹치면서 0-3 대패를 당했다.
그나마 지난 9월 레바논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1차전에서 6-0으로 승리해 분위기를 끌어올렸지만 이후 치른 4차례 경기(2승2무)에서 수비불안과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도 대표팀은 교체투입된 이근호(감바오사카)가 후반 42분 결승골을 터트릴 때까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해 비길 뻔했다.
무엇보다 차세대 공격수인 지동원과 중원의 핵심인 구자철이 아시안컵 이후 K리그를 떠나 해외로 이적한 뒤 주전경쟁에서 밀려 경기력이 떨어진 게 대표팀 전력이 약화한 원인으로 손꼽힌다.
지동원은 지난 6월 선덜랜드로 이적한 이후 참가한 대표팀 경기에서 골 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구자철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1월 아시안컵 득점왕(5골)으로 활약한 것을 발판삼아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했지만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득점(1골)한 것이 골 기록의 전부다.
이 때문에 조광래 감독은 대표팀 경기에서라도 이들을 주전으로 배치해 경기감각을 살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K리그 소속 선수들은 해외파의 부진 속에서도 안정된 플레이로 대표팀을 떠받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이용래(수원)와 홍정호(제주)다.
이용래는 UAE전에서 이근호의 선제골을 배달했고, 대표팀 선수 중에서 가장 뛰어난 활동량으로 중원을 굳건히 지켰다.
올해 22살인 홍정호는 안정된 수비와 영리한 플레이로 조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선배들을 제치고 중앙 수비수를 꿰찼다.
이용래와 홍정호는 조 감독의 신뢰를 받아 각각 왼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기는 전술 변화의 핵심이 됐다.
UAE전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승기(광주)도 코칭스태프가 주목할 선수로 지목해 대표팀의 핵심 자원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었다.
조 감독은 "박지성-이영표-기성용-이청용이 한꺼번에 팀에서 이탈하고 나머지 해외파 선수들의 경기력까지 떨어져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며 "K리그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이 안정된 경기력을 선보여 그나마 대표팀을 지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