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을 놓고 격돌하는 한국과 일본의 런던올림픽 3-4위전을 앞두고 박주영(27·아스널)과 나가이 겐스케(23·나고야 그람푸스)의 발끝에 양국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최전방 공격수는 11일 새벽 3시 45분(한국시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남자축구 동메달결정전에서 각각 한국과 일본의 공격 선봉에 부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운명의 한일전’은 양팀 공격수들 못지않게 미드필더들의 허리 싸움에 따라 주도권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양팀 모두 체력이 바닥난 상태여서 3-4위전은 그야말로 자존심을 건 정신력 대결로 불타오를 전망이다.
◇ 악전고투 예고된 해결사들
박주영과 나가이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지만 양국을 대표하는 간판 골잡이라는 점에서 3-4위전을 앞두고 특별한 기대를 받고 있다.
박주영은 소속 클럽인 아스널에서 제대로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해 떨어진 경기력을 올림픽 평가전과 본선 경기를 통해 끌어 올리다가 최근 다시 주춤거렸다.
지난 8일 브라질과의 준결승전에서는 팀에 도움이 덜 된다는 코치진의 판단에 따라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배제됐다.
성인 대표팀의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박주영은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골맛을 봤으나 그 뒤 세 경기에서 이렇다 할 활약이 없다.
나가이는 이집트와의 8강전에서 왼쪽 허벅지를 다쳐 주춤거리고 있다.
단신이지만 스피드와 개인기가 뛰어나 이번 대회에서 2골을 터뜨리며 수차례 득점 기회도 만들었다.
나가이는 멕시코와의 준결승전에서 풀타임을 뛰었으나 몸놀림이 무거웠고 상대의 집중견제로 해결사 역할도 하지 못했다.
세키즈카 다카시 일본 감독은 "나가이의 부상 상태가 호전되고 있지만 경기할 때 다리에 아직도 통증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둘 모두 정상 컨디션은 아니지만 ’한방’이 있는 골잡이인 만큼 이들의 발놀림에 승부가 갈릴 수 도 있다.
◇ 볼 배급의 달인은 누구
개인기보다는 짧은 패스로 골을 만들어내는 전술은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이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중원에서 시작되는 조직적인 수비가 위력을 발휘해 4강까지 치고 올라왔다.
양팀 플레이 스타일을 고려하면 허리 싸움에서 이겨 전방에 킬 패스를 배급할 중앙 미드필더들의 역할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한국은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셀틱), 박종우(부산), 일본은 오기하라 다카히로, 야마구치 호타루(이상 세레소 오사카)가 그런 역할을 맡는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구자철, 기성용, 박종우가 공격진이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빠르게 볼을 투입하면 좋은 기회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성용과 오기하라는 슈팅이나 패스가 팀 내에서 가장 정확한 전담 키커이기도 해 세트피스에서도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 둘 다 기진맥진..체력이 변수
한국과 일본은 준결승전에서 상대를 거칠게 몰아붙이다가 제풀에 지쳐 무너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은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전반 초반 골이나 다름없는 위협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으나 기세는 곧 사라졌다.
집단적으로 체력이 달려 조직적인 압박이 가하지 못한 데다 집중력까지 흐트러져 소나기골을 얻어맞고 완패하고 말했다.
마누 메네제스 브라질 감독은 "처음에는 매우 힘들었는데 조금만 지나니까 한국 선수들이 지쳐서 경기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일본도 멕시코와의 준결승전에서 초반부터 상대를 몰아붙여 선제골까지 뽑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에 힘이 풀려 세 골을 내리 얻어맞았다.
이번 대회 무실점 행진은 4경기에서 끊어졌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개별적인 플레이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세 골을 내준 원인은 체력 고갈로 추정된다"며 "한국과 일본이 마찬가지로 지쳐 3, 4위전의 최대 변수는 체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