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호 캐스터, 베테랑 입담 ‘장내 후끈’

입력 2011.08.27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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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배구 방송 중계에서 구수한 입담으로 스포츠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유수호(64) 캐스터가 육상 장내 아나운서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유 캐스터는 27일 막을 올린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필드 경기 중 높이뛰기·멀리뛰기·장대높이뛰기 등 도약 종목의 장내 아나운서로 뛴다.

장내 아나운서는 관중이 육상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게 안내하는 일종의 도우미다.

관중이 손뼉을 치며 선수와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응원을 유도하는 일도 한다.

이번 대회에서 활약하는 장내 아나운서는 유 캐스터를 포함해 모두 9명.

대구 세계육상조직위원회는 육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한국팬들을 위해 스포츠 중계 경험이 풍부한 방송인을 장내 아나운서로 뽑아 마이크를 맡겼다.

유 캐스터 같은 베테랑들은 결승전이 벌어지는 매일 오후 팬들을 만난다.

조직위로부터 첫 번째로 장내 아나운서 제안을 받은 유 캐스터는 "2년간 대구국제육상대회에서 리허설을 했고 올해로 3년째를 맞는다"며 "방송이 아닌 장내에서 마이크를 잡는 것은 내겐 도전"이라고 말했다.

1969년 TBC에 입사해 2005년 KBS에서 정년퇴직한 유 캐스터는 40년 이상 스포츠 현장을 지킨 전문 캐스터다.

야구, 배구, 탁구에서 전문성을 발휘했고, 전국체전과 종별대회에서 육상중계를 맡는 등 안 해본 종목이 없다.

지금도 케이블 채널과 인터넷 방송에서 그의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유 캐스터는 "1990년대 말 일본 배구를 지켜보다가 장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장내 아나운서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면서 "이번 대회에서는 '육상도 재미있다'는 점을 팬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유 캐스터가 장내 아나운서로 하는 말은 애드리브는 아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주관 대회에서는 경기장 내 엔터테인먼트를 관장하는 업체인 'EPM'이 세계 대회 방식에 걸맞은 대회 진행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유 캐스터는 "EPM이 영어와 불어 전담 장내 아나운서를 2명씩 파견하는 등 30명을 보냈다"며 "이들로부터 경기진행 상황에 따라 언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여러 종목이 열리는 육상 종목의 특성상 1초 단위로 '큐시트'를 짜 치밀하게 얘기할 거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캐스터는 "3년간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육상이 참 재미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했다.

그는 "10초 안에 끝나는 남자 100m 레이스를 긴 시간 기다렸다가 인간 탄환의 질주를 보는 쾌감은 야구의 홈런을 보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 "여자 선수가 장대에 의지해 5m 이상의 높이를 넘는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본다면 육상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는 유 캐스터는 다음에는 배구 종목의 장내 아나운서로 일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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