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6개 싹쓸이’ 케냐 장거리 비결?

입력 2011.08.2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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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초반 '장거리 강국' 케냐의 기세가 무섭다.



케냐는 대회 개막일인 27일 여자 마라톤과 여자 10,000m에 걸려 있던 메달 6개를 싹쓸이했다.



오전 열린 여자 마라톤에서는 '베테랑 다크호스' 에드나 키플라갓(32)을 앞세워 1~3위를 휩쓸었고, 밤에 치러진 여자 10,000m에서는 2관왕을 노리는 비비안 체루이요트(28)를 필두로 1~4위를 모두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대회 첫날의 메달 레이스라 각 참가국 선수들이 최고의 집중력을 유지하며 경쟁에 나섰으나 두 종목 모두 중반 이후 선두권에서 케냐 선수들만 나란히 달리는 등 팬들로서는 '맥이 풀리는' 장면도 연출됐다.



케냐는 지난 12번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1개의 금메달을 따낸 '육상 강국'이다.



통산 금메달 숫자에서 미국(120개)과 러시아(37개)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그동안 따낸 31개의 금메달이 모두 마라톤과 10,000m, 5,000m, 3,000m 장애물, 800m에서 나왔다.



이처럼 케냐가 중·장거리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로는 우선 아프리카인의 유전적 특징이 꼽힌다.



아프리카인들의 근육은 근피로도가 덜 쌓이는 독특한 근섬유가 발달해 장거리 달리기에 최적화된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또 열악한 교육 환경 탓에 어린 시절부터 먼 거리를 뛰어다니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자연스럽게 기초가 잡혔다.



여기에 케냐만의 특수한 환경도 빼놓을 수 없다.



케냐는 북서부 지역에 해발 1천800m 이상의 고지대가 자리잡은데다 여름 기온이 섭씨 25도를 넘지 않아 최적의 환경에서 강한 심장을 단련할 수 있다.



영국 식민지 시절을 거치면서 영어권 국가로 1963년 독립한 것도 육상 발전에 한몫을 했다.



영어가 통하다 보니 육상 선진국의 유럽 출신 지도자들이 더욱 수월하게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80년대 케냐의 정상급 마라토너들을 길러낸 주인공이 이탈리아 출신의 '마라톤 대부' 가브리엘 로자 코치였고, 장거리 스타의 산실로 이름난 이텐의 세인트패트릭 고등학교는 아일랜드 출신 교사 콤 오코넬이 이끌고 있다.



이런 시스템 아래에서 최정예 장거리 선수들이 자라나면 이들은 국가적인 스타 대접을 받으며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이들을 바라보며 어린 선수들이 다시 꿈을 키우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 있다.



그동안 케냐는 아프리카 장거리 육상의 '양대 산맥' 에티오피아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벌여 왔지만 이날 두 종목에서 모두 '완승'을 거두면서 확실히 앞서 나가는 모양새가 됐다.



남은 중·장거리 경기에서도 케냐 선수들의 독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남자 800m의 세계기록 보유자인 다비드 레쿠타 루디샤(23)를 필두로 남자 1,500m의 실라스 키플라갓(22), 남자 3,000m 장애물의 브리민 키프루토(26), 남자 마라톤의 빈센트 키프루토(24), 아벨 키루이(29) 등 우승 후보가 즐비하다.



여자부에서도 체루이요트가 5,000m에서 2관왕 도전에 나서며 3,000m 장애물의 밀카 케모스 케이와(25)도 우승을 넘보고 있다.



경쟁자인 에티오피아는 남자 5,000m와 10,000m에 출전하는 케네니사 베켈레(29) 정도를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강호가 없어 확실히 뒤로 밀려났다.



여자 10,000m 결승을 마치고 동료들과 함께 케냐 국기를 흔들며 기쁨을 만끽한 체루이요트는 "마지막 바퀴를 돌 때까지도 대표팀 동료들끼리 1~3위를 모두 차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케냐는 계속 대구에서 위대한 일을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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