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키플라갓, 새 마라톤 여왕 우뚝

입력 2011.08.2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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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기념으로 쇼핑하고 싶어요"…"한국이 좋아"

케냐의 철각 에드나 키플라갓(32)이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새로운 '마라톤 여왕'으로 우뚝 섰다.

키플라갓은 27일 대구 시내를 도는 42.195㎞ 풀코스에서 치러진 여자 마라톤 결승에서 2시간28분43초의 기록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 타이틀을 따낸 키플라갓은 조국 케냐에 2007년 오사카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카테리나 은데레바 이후 4년 만에 세 번째 여자 마라톤 금메달을 안겼다.

올해 서른두 살의 노장임에도 키플라갓은 주로 트랙 장거리나 하프마라톤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여자 마라톤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다.

키플라갓은 1996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3,000m 은메달, 1998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3,000m 동메달 등을 따내며 주니어 시절 장거리 트랙 유망주로 이름을 떨쳤다.

키플라갓은 많은 아프리카 철각들이 그렇듯 서서히 거리를 늘이며 일류 마라토너가 되기 위한 기초를 쌓았다.

2006년 5,000m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고 10,000m와 하프마라톤에 도전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수련을 거듭한 키플라갓은 2010년 로스앤젤레스 마라톤에서 2시간25분38초의 기록으로 우승하면서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고작 생애 두 번째로 풀코스를 완주했음에도 좋은 기록을 냈기 때문이다.

서른을 넘긴 나이에 꽃을 피우기 시작한 키플라갓은 올해 런던 마라톤에서는 올 시즌 3위에 해당하는 2시간20분46초까지 기록을 줄이며 세계선수권대회의 우승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마침 당시 키플라갓을 꺾었던 마리 케이타니(에티오피아)와 릴리야 쇼부코바(러시아)가 나란히 세계선수권대회 불참을 선언하면서 독주에 나설 환경이 조성됐다.

많은 전문가의 예상대로 키플라갓은 초반부터 선두 그룹에서 안정된 레이스를 펼치다가 35㎞ 지점부터 앞으로 치고 나갔다.

특히 급수대에서 뒤따르던 샤론 체로프(케냐)의 정강이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음에도 끝까지 페이스를 잃지 않는 안정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키플라갓은 "다치지 않았을까 두려웠지만 몸에 이상이 없는 것을 느끼고 페이스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40㎞ 이후 독주에 나선 키플라갓은 양팔을 머리 위로 뻗어 흔들고 손가락으로 승리를 뜻하는 'V'자를 그려 보이는 등 환한 미소와 함께 승자의 환희를 즐겼다.

키플라갓은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기쁘다"면서 "특별한 전략을 짜지는 않았으나 지난 두 번의 대회처럼만 뛰면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승 기념으로 쇼핑을 하고 싶다고 밝힌 키플라갓은 "한국이 좋다. 사람들이 친근하고 따듯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경찰관으로 알려진 키플라갓은 '이번 우승이 승진에 영향을 주겠느냐'는 질문에는 "직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는 대답으로 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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