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여자 철각 에드나 키플라갓(32)이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키플라갓은 대회 개막일인 27일 오전 대구 시내를 도는 42.195㎞ 풀코스에서 치러진 여자 마라톤 결승에서 2시간28분43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55명의 선수 중 개인 기록이 2시간20분46초로 가장 좋은 키플라갓은 시작부터 선두권을 형성하다가 35㎞ 지점부터 앞으로 치고 나섰다.
이어 40㎞ 이후부터는 독주를 펼친 끝에 여유 있게 월계관을 썼다.
지난해 뉴욕 마라톤에서 우승하고 올해 런던마라톤에서 3위를 차지한 키플라갓은 5번째 마라톤 완주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르며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프리스카 제프투(27·2시간29분00초)와 샤론 체로프(27·2시간29분14초)가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내 케냐 철각 삼총사가 1~3위를 휩쓸었다.
케냐는 출전 선수 상위 세 명의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단체전(번외경기)에서도 우승, 2관왕을 달성했다.
중장거리 왕국 케냐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 종목에 걸린 메달을 싹쓸이하기는 남자 3,000m 장애물(1997년·2007년)에 이어 여자 마라톤이 두 번째다.
이번 대회 마라톤 코스는 국채보상운동공원을 출발해 청구네거리~수성네거리~두산오거리~수성못~대구은행네거리~반월당네거리를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오는 15㎞ 구간을 두 번 왕복하고, 같은 구간을 단축해 마지막 12.195㎞를 달려 순위를 가리는 변형 루프(순환) 코스로 설계됐다.
오전 9시 정각 출발 총성과 함께 지구촌 최고의 여자 철각들이 일제히 출발선을 박차고 나갔다.
마라톤 코스를 따라 줄지어 선 수많은 대구 시민과 육상 팬들은 태극기를 흔들거나 열렬한 박수로 이번 대회 첫 레이스에 나선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했다.
기온은 섭씨 24℃로 선선했으나 습도가 84%로 높아 장거리를 뛰는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레이스 초반부터 케냐와 에티오피아, 일본과 중국 등 여자 마라톤 강국 출신 선수들이 선두그룹을 이뤘다.
엎치락뒤치락 치열하게 전개되던 선두 경쟁은 30㎞ 이후 승부가 갈렸다.
제프투가 먼저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키플라갓과 체로프도 동시에 힘을 내면서 에티오피아 선수들의 추격을 따돌렸다.
35㎞ 지점부터는 케냐 선수들의 독무대가 펼쳐졌고 '맏언니'인 키플라갓이 막판 힘차게 스퍼트를 내면서 '동생'들을 밀어내고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다.
키플라갓은 35㎞ 지점을 지날 때 급수대에서 물병을 집으려다가 바로 뒤에 따라오던 체로프의 발에 걸려 넘어져 치명타를 맞는 듯했다.
그러나 체로프는 키플라갓이 일어날 때까지 달리지 않고 옆에서 기다리는 우정을 발휘했고, 주춤했던 키플라갓은 다시 힘을 내 결승선까지 독주를 지속했다.
한편 홈팀의 이점을 안고 단체전에서 동메달에 도전했던 한국 여자 대표팀은 세계의 벽을 실감하고 힘없이 주저앉았다.
5명이 출전한 한국은 김성은(삼성전자)이 2시간37분05초로 28위, 이숙정(삼성전자·2시간40분23초)과 정윤희(대구은행·2시간42분28초)가 각각 34위와 35위에 그쳤다.
박정숙과 최보라(대구은행)도 각각 3시간3분34초, 3시간10분06초로 43위와 44위에 머무는 등 중하위권으로 처져 기대에 못 미쳤다.
한때 김성은과 정윤희가 선두 그룹 후미에 따라붙는 등 선전했으나 15㎞ 이후 TV 중계 카메라에서 한국 낭자 군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상위 세 명의 선수 기록이 한참 뒤져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