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최전방 공격수 나가이 겐스케(23·나고야 그람푸스)는 경기를 앞두고 "박주영과 같은 레벨에 오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상대를 존중하기 위한 빈말이 아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 박주영(27·아스널)이 그가 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구단에 적(籍)을 두고 있는지 증명했다.
박주영은 10일(현지시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경기장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통쾌한 결승골을 뿜었다.
기회가 찾아오면 놓치지 않는다는 그의 별명 ‘원샷원킬’과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박주영은 전반 38분 전방에 홀로 있다가 중원에서 점유율 다툼 중에 흘러나온 볼을 잡게 됐다.
바로 질주가 시작됐다.
일본 수비수 2명이 박주영을 막아섰고 뒤에서 2명이 잇따라 수비에 가세했다.
박주영은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에서 두 차례 속임동작으로 수비수를 따돌리고 슈팅 궤적이 확보되자마자 오른발로 볼을 때렸다.
공은 몸을 날린 골키퍼 곤다 슈이치와 오른쪽 골대 사이로 날아들어 일본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무려 4명이 허수아비로 농락을 당했다.
중원에서 치열하게 저항하던 일본은 그 뒤로 집중력을 잃기 시작했고 승부의 추는 완전히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박주영이 고비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서도 프리킥 골을 터뜨려 한국의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의 주역이 됐다.
이번에는 한국의 사상 첫 축구 메달이었다.
박주영은 이날 빅매치에서 최고의 영웅으로 빛났지만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은 모든 것이 어지러울 뿐이었다.
소속 클럽인 아스널에서 출전기회가 거의 돌아오지 않아 경기감각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 때문에 본인은 물론 대표팀 코치진, 동료도 애를 태웠다.
병역을 회피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축구 팬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병역 이행을 미루면서 국내에서 영리활동을 제한받음에 따라 일본 리그의 도움을 받아 혼자 따로 훈련하다가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박주영은 몸과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일본과의 3-4위전에서 결정적인 ‘한 방’으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며 한국 축구의 간판 스트라이크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