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들이 저마다 상기된 표정으로 소감을 털어놓았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에서 승리한 선수들은 얼굴은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중원을 지배한 기성용(셀틱)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대한민국 축구의 역사를 썼다는 사실 때문에 말할 수 없이 기뻐한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병역 특례도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며 "그런 혜택이 주어진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더 열심히 뛰어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골키퍼 정성룡(수원)은 아직도 다친 어깨가 성치 않지만 죽기를 각오하고 필드에 나섰다고 털어놓았다.
정성룡은 "영국과의 8강전에서 다쳤을 때는 팔을 들어 올릴 수가 없을 정도로 고통이 심했는데 사흘 밤낮으로 마사지 치료를 받고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홍명보 감독이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재범의 사례를 들어 '죽기로 나서라'고 했다"며 "나뿐만 아니라 우리도 그런 마음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김재범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예전에 '죽기 아니면 살기'로 나서니 안 되다가 '죽기'로 나서니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은 이번 올림픽 선수단이 '황금세대'로 불리는 것은 속으로 반겼다.
그는 "누가 우리를 '황금세대'라고 한다면 그 말을 당연히 받아들이겠다"며 "동료와 헤어진다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회 내내 벤치를 지키며 부심한 김기희(대구)는 혼자 모든 경기를 결장할까 봐 마음을 졸였다고 털어놓았다.
김기희는 이날 승리가 굳어진 경기 막판에 투입됐다.
그는 "오늘 경기장에 들어갈 때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경기 중에는 못 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경기에 전혀 출전하지 않으면 팀이 올림픽 메달을 따더라도 병역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공격수 지동원(선덜랜드)은 이날 동메달결정전보다 영국 단일팀과의 8강전이 더 기억에 남을 모양이다.
그는 "홍명보 감독이 영국에서 1년 동안 마음의 상처가 컸을 터이니 나가서 마음대로 해보라고 했다"며 "그래서 정말로 내 마음대로 했다"고 말했다.
지동원은 영국과의 8강전에서 골을 터뜨렸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경기 막판에 조커로 투입되거나 아예 결장하는 때가 잦아 스트레스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