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결정전에서 나온 박주영(27·아스널)의 결승골은 빗맞은 슈팅이 낳은 명장면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주영은 10일(현지시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경기장에서 열린 경기가 끝나고 나서 골 상황을 묻자 "그런 '삑사리(공이 빗맞은 상황)'를 왜…"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 순간에 나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슛을 하겠다고 작심했고 공간을 열었다"며 "운이 좋았기 때문에 슈팅이 골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반대쪽(왼쪽) 골대 쪽으로 공을 찼는데 디딤발과 차는 발이 멀어서 공이 제대로 맞지 않고 슈팅이 안쪽(오른쪽)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슈팅이 의도한 대로 되지 않았냐는 말에 박주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주영은 전반 38분 페널티지역 외곽으로 흘러온 볼을 잡아 속임 동작으로 수비수 4명을 허수아비로 만든 뒤 일본의 오른쪽 골네트를 흔들었다.
한국은 박주영의 천금 같은 결승골에 구자철의 쐐기골을 더해 일본을 2-0으로 이기고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주영은 "한국에 사상 첫 메달을 안긴 것도 기쁘지만 무엇보다도 기분이 좋은 것은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에게는 병역 특례가 적용돼 그라운드에서 전성기 기량을 펼칠 시간이 늘어나고 해외 무대 활약도 쉬워진다.
동료가 고마워하겠다는 말에 그는 "후배 선수들이 나에게 고맙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내가 후배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동료와 식구처럼, 친구처럼 함께 생활하고 그라운드를 누벼 시상대에까지 서게 된 것이 인생에서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주영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 믿고 의지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홍명보 감독님이 불러주셔서 주저 없이 다시 뛰었고 선수들의 믿음이 결실을 봐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소속 클럽인 잉글랜드 아스널에서 벤치에 눌러앉아 경기감각이 떨어진 데다 병역 회피 논란이 불거져 축구 팬들에게 지탄을 받았다.
박주영은 주변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나에게 중요한 것은 운동장"이라며 "코칭스태프, 동료 선수들과 운동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클럽 생활을 어떻게 해나갈지 묻자 "지금 당장 신경을 쓰고 싶은 것이 없고, 짧은 시간에 올림픽 준비를 많이 했으니 일단 조금 쉬고 싶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