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에 첫 올림픽 메달 획득에 기여한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은 10일(현지시간) "동료에게 날 좀 말려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구자철은 이날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경기장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결정전이 끝난 뒤 경기 내내 흥분했다며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경기 전반에 상대 간판 공격수 오츠 유키(보루시아)에게 백태클을 했다가 경고를 받고 심판에게 크게 항의하는 등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구자철은 "작년에 삿포로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0-3으로 진 것이 부끄럽고 속상했다"며 "무엇이 부족해서 0-3이 됐을까, 그때 감정이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경기 후 써놓은 메모장을 다시 꺼내 읽었다고 한다.
그는 "평소에 미팅에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오늘은 전혀 얘기를 하지 않았다"며 "내가 오늘은 (동료들에게) 의지해야 하겠다고만 얘기했고 다행히 선수들이 나를 잘 진정시켜줬다"고 덧붙였다.
구자철은 이날 1-0이던 후반 12분에 추가골을 터뜨려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그는 "엄청나게 기쁜 마음으로 이번 대회를 마칠 수 있게 됐다"며 "골을 넣겠다는 열망이 강했는데 중요한 경기에서 골을 넣어 개인적으로도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만세삼창 세리머니는 기성용(셀틱)과 함께 기획했다고 밝혔다.
구자철은 "'독도는 우리 땅' 세리머니를 하려고 했는데 당연히 우리 땅인 것을 표현하는 것은 유치하다고 생각했다"며 "기성용이 광복절을 앞두고 만세삼창을 하자고 해서 그냥 그대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 자체가 부담이기보다는 큰 축제였으며 동료와 헤어져 다시 클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고통으로 다가올 정도로 아쉽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