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선수들, 한국 축구 자산되길”

입력 2012.08.11 (09:09)

수정 2012.08.1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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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로 한국 축구에 첫 올림픽 메달을 안긴 홍명보(43)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한국 축구의 또 다른 황금세대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10일(현지시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 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에서 2-0으로 승리해 동메달 획득을 이끌었다,

그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과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동메달로 병역혜택을 받게 된 선수들이 2002 한·일 월드컵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 축구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또 "시작은 미진했지만 꿈을 품고 이뤄낸 우리 선수들이야말로 드림팀이다"라며 이날 승리의 감격을 표현했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과의 일문일답.
--승리를 축하한다. 경기를 마친 소감은.
▲오늘 아주 힘든 경기를 했는데 승리로 장식해준 우리 선수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한다. 또 멀리 한국에서 성원해주신 축구팬들께도 감사드린다. 아울러 긴 시간 믿고 따라준 코치진과 선수들이 어려움 없이 뛸 수 있도록 잘 도와준 행정스태프들 모두에 감사하다.

--2009년 처음 20세 이하 팀을 맡고 '한국축구의 황금세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는데.
▲2009년 청소년 대표팀을 맡으면서 말했던 바를 모두 이뤘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은 드림팀이다. 좋은 선수가 모여서 드림팀이 아니라 처음에는 미진했지만 꿈을 가지고 이뤄낸 우리 팀이야말로 드림팀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발전해서 한국 축구에 큰 자산으로 더 많은 활약을 해주길 바란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할 때부터 논란을 일으켰던 박주영이 결승골을 넣었다.
▲박주영은 처음 팀에 들어왔을 때부터 문제가 전혀 없었다. 컨디션 부분도 특별히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본인 스스로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최종 엔트리 18명 안에 든 선수이고 그런 점에서 믿음이 있었다. 그동안 팀을 위해 최고의 노력을 해왔는데 오늘 골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던 것 같아 기쁘다.

--경기 끝나고 동메달 획득이 확정된 순간 느낌은 어땠나.
▲일단 기쁜 마음이 들었다. 나도 군대 안 가도 돼서 좋았다.

--선수시절부터 일본과 인연이 많았는데 일본을 이기고 동메달을 땄다.
▲나도 일본에서 뛰었고 선수 중에서도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다. 오늘 경기에서는 우리가 잘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일본 특유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하는 데에 집중했다. 체력적으로 양팀 모두 힘든데 공간이 벌어진 상태에서 일본 선수가 특유의 플레이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수 시절부터 일본을 상대할 때면 하던 방법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큰 고비는.
▲특별히 위기라고 생각한 적 별로 없다. 준비한 대로 차곡차곡 왔다. 다만 조별리그 때 우리조에서 최강인 멕시코와의 경기 결과가 중요했다. 그 경기 결과에 따라 조별리그 방향을 짜놨는데 이겼으면 좋았겠지만 비긴 것도 나쁘지 않았다. 선수 18명으로 팀을 이끄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체력에 문제 있는 선수와 그러지 않은 선수를 효과적으로 적재적소에 바꿔가면서 경기한 덕에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잘 뛸 수 있었다.

--두번째 골이 나오고 승리를 예상했나.
▲오늘 골이 쉽게 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골이 나왔다. 한 골 내지는 많아야 두 골을 넣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선수들이 그 예상을 적중시켰다.

--전반에 구자철의 파이팅은 의도적이었나.
▲전방에서 압박할 때 볼이 살아나오면 일본 선수들의 플레이도 함께 살아날 수 있어서 초반에 강하고 거칠게 하라고 했다. 선수들이 경고를 많이 받아 불안하긴 했지만 영리하게 잘 따라줬다.

--여러모로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3-4위전이 겹친다.
▲그때도 준결승에서 지고 3-4위전에서 이겼는데 아주 좋은 예행연습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오늘도 힘겨운 승부가 됐을 것이다. 21세 이하 젊은 선수들을 꼭 데리고 와야 했던 이유가 오늘 나타났다고 본다.

--광저우 때 3-4위전 뒤에는 눈물바다였는데 오늘 라커룸 분위기는 어땠나.
▲분위기는 거의 광적이다. 선수들이 다 미친 것 같다. 안에 있는 집기를 집어던지고 물을 뿌리고 난리가 났다. 나도 다 뒤집어썼다. 안에 들어가려고 10분 이상 기다리다가 결국 못 들어가고 기자회견장에 왔다.

--동메달로 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받게 됐다.
▲병역문제보다는 승리를 먼저 생각했다. 승리하지 않으면 병역혜택도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선수들이 경기를 잘 마무리하고 모든 선수가 병역혜택을 받게 되다. 개인적으로도 기쁘지만 앞으로 한국 축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병역혜택 받은 선수들처럼 이 선수들도 더 발전해서 한국 축구에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선수 18명이 모두 실전에 뛰었다.
▲처음에는 두세명 정도는 실전에서 못 뛸 수 도 있다고 생각했다. 병역문제 때문에 우리가 올림픽에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운이 좋다고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선수들 부상으로 뛸 기회가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선수까지 골고루 뛸 수 있었다.

--준결승까지 유일하게 뛰지 못한 김기희(대구)의 투입을 두고 여러 말들이 있었다.
▲(웃으며) 솔직히 오늘 한일전보다 김기희를 언제 넣을까 고민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한골차 리드인 상황에서는 힘들어도 2-0이나 3-0으로 이긴다면 김기희를 투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경기를 잘 해줘서 김기희가 뛸 수 있었다.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서 의무는 끝났다. 앞으로 계획은.
▲솔직히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다. 올림픽까지만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준비가 됐는지 아닌지를 먼저 생각하겠다. 그동안 긴 시간 힘든 과정을 거쳐서 이렇게 행복한 시간 맞이할 수 있어 기쁘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에너지를 많이 소비해 휴식을 좀 취했으면 한다.

--감독 본인이 좋은 기운을 몰고 다닌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보다는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다. 좋은 팀을 만드는 게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영리하고 똘똘한 선수들을 더 발전시켜서 축구장에서 잘할 수 있게 만드는 데에 시간을 보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과 오늘 동메달의 기쁨을 비교한다면.
▲그때도 지금도 좋아서 비교하긴 어렵지만 오늘이 나에게는 더 좋은 날인 것 같다.

--오늘 구자철 골 이후 세리머니가 인상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사실을 알았나.
▲특별히 거론하진 않았지만 선수들 모두 인터넷을 통해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은 한다. 만세 외에 무슨 말을 외쳤는지는 못 들었다.

--와일드카드를 잘 뽑은 것 같다.
▲와일드카드로 팀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했다. 다른 선수들 경기력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일드카드 선수가 팀을 돕는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와일드카드 선수를 도와줘 부담 갖지 않고 지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 팀에서 오래 뛰었지만 올림픽에 못 온 선수들이 있다.
▲예선부터 같이 뛰고도 여기 함께 오지 못한 선수들에게 가슴속으로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실망하지 말고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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