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런던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국 축구는 10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 경기장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에서 일본을 2-0으로 제압, 1948년 런던 대회 이후 무려 64년 만에 감격적인 첫 동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이번 대표팀은 월드컵과 올림픽을 통틀어 최초로 3위에 올라 역대 최고 성적을 남기게 됐다.
또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캡틴'으로 4강 진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홍명보 감독은 10년 뒤 런던올림픽에서는 사령탑으로 최초의 동메달을 획득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건 홍명보호는 2009년 2월 출범했다.
당시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홍명보 감독은 이때부터 2012년 런던올림픽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묵묵히 한 걸음씩 전진해왔다.
그해 3월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초청대회에서 우승하며 상쾌한 출발을 알린 홍명보호는 8월 수원컵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일본을 연파하며 거침없이 전진했다.
2009년 10월 이집트에서 열린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카메룬, 독일, 미국과 같은 조에 편성돼 쉽지 않은 경기가 우려됐다.
1차전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0-2 완패를 당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인 대표팀은 2차전 독일을 상대로 1-1 무승부를 이끌어내며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과의 3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둬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은 파라과이를 역시 3-0으로 완파하고 1991년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했던 포르투갈 대회 이후 18년 만에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와의 8강전에서 난타전 끝에 2-3으로 분패했지만 충분히 가능성을 확인한 의미있는 대회였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사실상 2012년 런던올림픽을 대비해 초석을 쌓는 무대였다.
홍 감독은 런던올림픽에서 뛰게 될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해줄 목적으로 과감하게 21세 이하 선수들을 위주로 대회에 나섰다.
박주영(아스널)과 김정우(전북)를 와일드카드로 선발한 홍 감독은 야심차게 아시안게임 우승을 노렸지만 준결승에서 발목이 잡혔다.
북한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0-1 패했지만 요르단, 팔레스타인을 꺾고 16강에 올랐다.
이후 중국, 우즈베키스탄을 연파하고 순항을 이어간 대표팀은 4강에서 아랍에미리트(UAE)에 분패한 뒤 3-4위전에서 이란을 상대로 짜릿한 4-3 역전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대표팀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는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을 거치며 올림픽 본선행에 전력을 쏟았다.
지난해 6월 요르단과의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1승1무로 통과해 최종 예선에 나간 대표팀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과 한 조에 편성됐다.
지난 2월 오만 원정에서 3-0 승리를 거두고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금자탑을 쌓은 대표팀은 지난 6월 '와일드카드'로 박주영(아스널), 김창수(부산), 정성룡(수원)을 발탁해 이번 대회를 기다렸다.
출국 전날인 7월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을 2-1로 이긴 대표팀은 영국 현지에서 가진 세네갈과의 평가전도 3-0 완승으로 마무리, 이번 대회 이변을 예고했다.
대표팀은 런던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1승2무의 성적을 거두고 역대 세 번째 8강 진출에 성공한 뒤 '축구 종가' 영국을 승부차기 끝에 제압하며 사상 첫 4강 진출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아쉽게 준결승에서 브라질에 0-3으로 완패했지만 태극전사들은 기어이 3-4위전에서 일본을 꺾고 마침내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의 쾌거를 달성, 한국 축구의 역사에 메인 페이지를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