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태 때문에 우회" 말한 뒤 연락두절..내일부터 전문 구조대 동참키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세계적 탐험가 박영석(48) 대장을 찾기 위한 첫 수색이 시작됐으나 원정대의 위치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대한산악연맹은 20일 오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 실종된 박 대장과 강기석, 신동민 대원에 대한 수색 작업을 계속했으나 원정대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맹은 헬리콥터를 통해 원정대의 루트 근처를 살폈으나 원정대를 발견하는 데 실패하고 인력을 직접 동원한 수색에 나섰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노련한 셰르파 4명을 헬리콥터로 데려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살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지시간으로 오후 6시가 넘어 일몰 때문에 더는 수색이 불가능해졌다.
수색조를 조직한 앙도르지 셰르파는 "박 대장의 생존 여부를 속단할 수 없다"며 "사나흘까지 생존할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 달라서 가능성 자체를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장은 안나푸르나 남벽을 등반하다가 지난 18일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7시15분)에 위성전화를 통해 "눈과 가스를 동반한 낙석으로 운행을 중단한다. 전진캠프로 하산할 예정이다"라고 캠프에 전했다.
그러고는 "눈 사태 때문에 다른 쪽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건너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남긴 뒤 연락이 완전히 끊어졌다.
산악계는 원정대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자 박 대장과의 마지막 교신 내용, 현지에서 관측된 지형 변화 등을 고려해 눈 속이나 크레바스(빙하 틈새)에 갇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맹은 원정대가 안전지대에 피신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가용한 인력과 장비를 모두 동원해 21일 날이 밝는 대로 수색을 재개할 계획이다.
네팔 카트만두에 머무는 유학재(휠라스포트) 카조리원정대 대장과 김형일(K2) 대장이 이끄는 촐라체원정대 3명 등 4명이 21일 날이 밝는 대로 헬리콥터를 타고 안나푸르나로 가기로 했다.
연맹은 "국내 최고의 등반실력과 오랜 경험을 지닌 이들"이라며 "이들이 계획된 원정을 일단 보류하고 수색·구조에 전력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셰르파를 추가로 동원하는 방안과 네팔 현지에서 활동하는 스위스 구조대에 도움을 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 대장은 2001년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하고 2005년까지 3극점 답사와 7대륙 최고봉까지 완등해 그랜드슬램을 이루며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적 탐험가다.
그는 2009년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신루트를 개척한 데 이어 안나푸르나 남벽에도 새로운 길을 열어 '코리안 루트'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이번 등반에 들어갔다.
정상에 오르는 결과를 중시하는 등정주의(登頂主義)에서 벗어나 험한 과정에 무게를 두는 등로주의(登路主義)를 지향하는 방식이다.
안나푸르나는 해발고도 8,091m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개 봉우리 가운데 하나다. 박 대장은 가장 험난한 측면으로 꼽히는 남벽에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등반을 시작했다.
남벽은 길이가 3,500m에 달하고 해발 5,000m 전진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 가파른 암벽이 2,000m나 이어진다.
안나푸르나 남벽은 에베레스트 남서벽, 로체 남벽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등정하기 어려운 루트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