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대장이 제발 살아있기만을 빕니다."
박 대장 일행이 실종된지 9일째인 26일 네팔 카트만두 시내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빌라 에베레스트'에서 만난 가수 변월주(52.가수.서울 구로구 구로동) 씨.
변씨는 박 대장 소식을 안타까워하며 자신의 사연을 들려줬다.
변씨는 가수생활을 하던 1991년 1월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평소 따르던 사촌형 준석(당시 34세.회사원)씨가 자신이 속한 산악회 회원 7명과 함께 1991년 12월 31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등반을 시작했다가 눈사태를 만났다는 것이다. 눈사태로 부상당한 2명은 헬기에 의해 카르만두로 후송됐고 준석씨는 나머지 5명과 하산하다 베이스캠프 부근 크레바스(빙하의 틈)에 빠졌다.
문제의 크레바스는 이번에 박 대장 일행이 사고당한 것으로 추정된 것과는 다르다고 변씨는 설명했다.
셰르파 한 명이 6시간에 걸쳐 크레바스 바닥으로 내려가 준석씨를 발견했다. 준석씨는 당시 부상은 없었고 체온이 저하된 상태에서 "잠이 온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하고는 눈을 감았다고 한다.
변씨는 급히 카트만두로 날아와 대학병원에 안치돼 있던 사촌형의 주검을 보고 대성통곡했다.
정신을 차리고 주검을 현지 공립화장터로 옮겨 화장한 뒤 유골을 대구로 가져갔다고 한다.
자신도 산을 탄다는 변씨는 이후 매년 하반기에 카트만두를 찾아 제사를 지내고 있다. 제사는 주로 사촌형의 주검을 화장했던 카트만두 '데구' 화장터.
그는 며칠 전에 데구 화장터에 다녀왔다.
"형님 사고로 처음 찾은 네팔의 히말라야에 매료됐다"면서 "그후 매년 네팔을 찾아 형님 제사도 지내주고 심신도 단련할 겸 해서 등반을 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지난 10일 카트만두에 도착한 변 씨는 지금까지 자신이 도전했던 히말라야의 봉우리들 가운데 가장 높은 '아일랜드 피크'(해발고도 6,189m)에 오르기로 했다.
셰르파와 포터를 각 1명씩 대동하고 등반을 시작했으나 눈이 많이 내리는 바람에 중도에 내려와야 했다.
그는 "아일랜드 피크를 올라가다 하산하던 박 대장 일행을 만났다"면서 "알고 지내던 박 대장을 그때 본 게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년이 넘도록 네팔을 매년 찾으면서 한국 산악인의 사고도 여러 번 접했다"면서 "특히 이번에는 박 대장 일행이 실종사고를 당했다니 마음이 너무 아프고 안타깝다"고 토로했다.